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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기자수첩] 실손보험과 도덕적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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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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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병원 방문은 연례 행사다.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면 발목, 무릎 등 관절과 인대가 남아나질 않을 테다.

최근 발목 인대가 파열돼 정형외과를 찾은 적이 있다. 의사는 부상 부위를 살펴보더니 우선 실손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물었다.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진료와 처방이 달라지는 것이다.

실손보험에 가입했다고 답하자 한달 동안 매주 초음파와 주사치료를 처방했다. 치료 끝자락에는 체외충격파까지 권했다. 의사는 "실손이 있으니 원한다면 치료를 다 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을 둘러싼 의사와 환자간의 '도덕적 해이'가 이렇게 발생한다.

보험의 꽃인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4000만명에 달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보험업계의 최대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13% 수준이다. 이제는 손해율이 100%를 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시 여겨질 정도다.

백내장 다초점렌즈, 도수치료, 미용 시술 등은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주사치료 등도 새로운 실손보험 누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17조7129억원이었던 비급여 본인 부담액은 2022년 32조 3213억원까지 증가했다. 실손보험 덕에 안과·정형외과·피부과 등에서 고가의 경증 치료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됐다.

실제 일부 의사들은 실손보험금을 최대한 받아내기 위해 비급여 항목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서 수입을 늘려왔다. 환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입맛에 맞게 의료쇼핑을 즐길 수 있다.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는 17세기 보험사에서 처음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보험에 가입한 뒤 조심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도덕적해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보험은 설계부터 도덕적해이를 방지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나라들은 도덕적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무상의료를 시행하는 영국과 캐나다 등은 진료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가입자인 국민의 도덕적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다. 보험은 필연적으로 도덕적해이가 따르고 이를 막을 장치를 내부에 장착해야 완전한 보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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