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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글로벌 칼럼 | “기술 냉전의 서막?” 중국 견제에 동원된 MS의 생성형 AI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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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는 미국이나 다른 군사 강대국이 약소국을 자기 뜻대로 굴복시키고자 할 때, 목표물 바로 앞바다에 무시무시한 함선을 보내 무력 과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무력시위는 보통 포탄 한 발도 쏘지 않고도 약소국이 강대국의 요구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른바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이다.

오늘날은 더 이상 군함이 세계를 지배하지 않는다. 대신, 기술(그리고 점점 더 생성형 AI)이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이 중국과 벌이고 있는 '기술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손잡고 생성형 AI의 영향력을 활용하고 있다.
ITWorld

ⓒ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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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정부의 협력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둔 유력한 생성형 AI 업체가 중국과의 관계를 끊고 미국과 협력하기로 하는 등 이미 결실을 보고 있다. 언뜻 들으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정부 양쪽에 좋은 일이다. 중동에서 중국을 몰아내고 아랍 국가들과 미국의 협력을 강화하며, 도움을 준 미국 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많은 것이 잘못될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그리고 가장 부유한) 국가가 AI 분야의 선도업체와 비밀리에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생성형 AI를 규제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자가 제대로 규제하지 않으면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협력해 중국을 제치고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AI 업체인 G42에서 중국을 밀어냈는지, 그리고 이 일이 생성형 AI 도구와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새로운 계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자.

중동 최고의 AI 업체에서 중국 몰아내기

이번 기술 외교의 직접적인 목표는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둔 G42다. 뉴욕 타임스는 G42를 "석유 수입의 대안으로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보석"이라고 묘사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G42는 아부다비 왕실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UAE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영을 맡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G42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양자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감시 인프라, 게놈 연구 등 세계 첨단 기술 분야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야망”을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노력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거래 전에 미국은 G42가 중국 빅테크 업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여기에는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통신 대기업 화웨이는 물론, 중국 정부와의 직접적인 연결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 정부는 G42가 미국의 첨단 기술을 중국 기업이나 중국 정부로 빼돌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타임스는 "정보 보고서는 G42와 중국 기업과의 거래가 수백만 명의 미국인과 다른 사람들의 유전자 데이터가 중국 정부의 손에 들어가는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와 미국 정부의 날카로운 공격 무기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등장한다. 배후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페르시아만 지역과 그 너머에서 누가 기술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싸우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거래를 조율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나 라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복잡한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아랍에미리트를 두 차례 방문했다. 그 결과 미국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얻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G42에 15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하고 튜닝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를 판매할 예정이다. G42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예정이며,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은 비밀 보안 계약에 동의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술은 G42에서 배제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이 G42의 이사회에 합류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G42가 사용하는 기술을 감사할 것이다. 이 감사가 부분적으로 G42와 중국 기업 및 정부 간의 연결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도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미국은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생성형 AI 업체에서 중국을 밀어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석유 경제에서 벗어나면서 AI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할 이 지역에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계약은 "미국 기업이 AI 분야의 기술력을 활용해 중국 기술로부터 국가를 유인하는 동시에 막대한 재정적 수익을 거두는 방법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대중국 압박과 고삐 풀린 AI

G42 관련 거래는 드러나지 않고 진행됐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냉전은 미국의 틱톡 금지와 중국의 애플 앱스토어에 대한 규제 등 공개적인 싸움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틱톡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는 그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미래는 우스꽝스러운 장난과 메이크업 팁에 관한 30초짜리 동영상을 보는 10대보다는 AI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알파벳, 오픈AI, 메타, 아마존 등 다른 생성형 AI 리더와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와 점점 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미국이 중국의 AI와 기술 야망을 저지하려면 이들 기업의 협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런 협력에는 대가가 따른다. 미국은 기술 분야를 통제하는 데는 끔찍한 실적을 기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가 나서지 않더라도 반독점법을 사용해 빅테크 기업을 압박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빅테크에 중국과의 싸움에 협력할 것을 요청하면서 반독점 조사와 소송이란 무기를 휘두를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큰 막대기를 계속 휘두를 것이라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과의 기술 냉전에서 첫 번째 희생자는 ‘AI의 위험성에 대한 정부의 제대로 된 감독’이 될 수 있다.
editor@itworld.co.kr

Preston Gralla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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