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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가짜여도 보상 받기 어려운 '가품 보상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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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 G마켓ㆍ위메프ㆍ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는 '가짜제품(가품假品) 보상제'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품 여부'를 신고하면 확인 절차를 거쳐 보상해주는 게 보상제의 뼈대다.

# 문제는 가품을 입증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높은 탓에 소비자가 적당한 보상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視리즈 '가품 보상제의 민낯' 두번째 편에선 G마켓ㆍ위메프ㆍ11번가 등의 가품 보상제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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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저마다 ‘가품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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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視리즈 가품보상제의 민낯 1편 '가품인지 아닌지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이상한 제도(통권 593호)'에서 이커머스업체 티몬이 내세운 '110% 보상제'의 허점과 한계를 분석했다. 한번 더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티몬은 판매상품이 가품假品(가짜제품)일 경우 전액 환불함과 동시에 구매금액의 10%를 추가로 보상하겠다는 110% 보상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가품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사실상 소비자에게 떠넘겨 보상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실 티몬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셜커머스 업체들에 적용할 '소비자보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을 정도로 가품 논란은 심각했다. 당시 공정위는 5개 이커머스 업체(티몬ㆍ쿠팡ㆍ위메프ㆍ그루폰ㆍ쏘비)와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가품 '110% 보상제'를 운영하도록 했다.

판매제품이 가품으로 판명될 경우, 업체가 원금에 10%를 덧붙여 환급해주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12년이 흐른 지금도 '110% 보상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G마켓ㆍ옥션(이하 G마켓), 위메프, 11번가 등 업체들은 가품 보상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 G마켓: 까다로운 조건 = 먼저 G마켓의 현황을 살펴보자. 가품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맡긴 티몬과 달리 G마켓은 제품 브랜드사에 직접 '가품 감정'을 요청한다. G마켓이 2017년부터 운영 중인 위조전담센터는 소비자가 구매한 지 1년 이내에 '가품 신고'를 할 경우, 무상으로 회수해 브랜드사에 감정을 요구한다. 브랜드사가 가품으로 확정하면 100% 환불한다.

해외직구로 판매한 명품제품도 무료로 감정해준다. 이를 통해 가품으로 확정되면 소비자에게 구매금액의 200%를 보상한다. 물론 모든 해외직구품이 대상은 아니다. G마켓이 홈페이지에 명시한 명품 브랜드만 무료감정해준다. 제품 수령 후 7일 이내에 '가품' 신고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있다.

문제는 '수령 후 일주일'이란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G마켓 측은 "고가의 명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제품을 수령한 직후 감정을 의뢰한다"면서 "제품을 사용하다가 가품을 의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지만, 짧은 가품 신고ㆍ접수 기간 탓에 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는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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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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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에서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 제품을 구매한 이민정(가명)씨의 사례를 들어보자. 민정씨는 '정품 병행수입 제품'이란 설명을 보고, 별 의심 없이 명품시계를 구입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뒤 민정씨는 고장난 초침을 고치기 위해 태그호이어 매장에 방문했다가 해당 제품이 가품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문제는 태그호이어가 G마켓이 200% 보상을 해주는 브랜드가 아닌 데다, 구매한 지 3년이나 흐른 뒤였다는 점이다. '수령 후 7일 이내 신고ㆍ접수'란 조건을 충족할 수 없었던 민정씨는 추가 보상은커녕 환불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G마켓은 이렇다 할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G마켓 측은 "제품 바꿔치기 등 악용의 여지를 방지하기 위해 '7일 이내'란 제한을 두고 있다"는 말만 거듭했다.

■ 위메프: 사라진 10% = 위메프는 어떨까. 위메프 역시 '100% 환불제'를 운영 중이다. 이들의 가품 인증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비자가 특허청ㆍ관세청 등 정부기관 또는 상표권자ㆍ감정권한을 보유한 법률 대리인으로부터 위조품임을 확인받는다.

둘째, 감정받은 근거 자료를 첨부해 위메프에 가품 신고를 한다. 단, 매장 직원의 의견, AS센터의 접수증 또는 상담내역, 사설감정업체의 견해만으론 가품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여기까지는 티몬의 110% 보상제와 절차가 흡사하지만, 내용 면에선 차이가 있다. 위메프는 "고객이 직접 감정을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직접 감정을 받아 소비자에게 알려준다"는 점을 가품 인증 절차에 명시해놨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가품이란 사실이 확인되면 100% 환불해 주지만, 추가보상은 하지 않는다. 공정위와 약속한 '110% 보상제'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11번가: 많지 않은 대상 = "11번가에서 구매한 '위조품 110% 보상제' 협력 브랜드 제품이 11번가가 의뢰한 감정평가에서 위조품으로 확인되면 주문금액 100%를 환불하고 주문금액의 10%를 11pay 포인트로 추가 적립해드립니다." 11번가가 내걸고 있는 '위조품 110% 보상제'의 뼈대다.

절차는 이렇다.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이 가품으로 의심될 경우 11번가가 규정해 놓은 '위조품 110% 보상제 협력 브랜드'인지 확인한다. 협력 브랜드가 맞는다면 가품으로 의심되는 사유를 기록해 11번가에 신고한다.

감정평가는 11번가가 의뢰한 곳에서 진행하고, 가품이 확인되면 보상 절차를 진행한다. 11번가가 가품을 직접 확인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협력대상 브랜드가 56개에 불과하다는 건 한계로 꼽힌다. 11번가 측은 "앞으로도 최대한 더 많은 협력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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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커머스 업체들이 내세운 가품 보상제엔 '가품 입증 책임 소비자에게 전가' '가품 보상 대상과 기한 규제' '추가 보상 나 몰라라' 등 숱한 한계가 숨어 있다.

그런데도 이커머스 업체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들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일례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 업체의 가품 판매 관련 사전 의무 및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은 지난해에만 3건이나 발의됐지만 단 한건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표법 일부법률개정안(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가 문을 닫는 5월 29일엔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법안들이다.

컨설팅 전문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현행법상 이커머스 업체들에 법적인 보상 책임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말을 이었다. "법의 미비점이 있다면 한국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관에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가품을 받았을 때 느끼는 불쾌한 감정과 가품 확인 절차에서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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