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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합의 깨고 민노총 가입한 '광주형 일자리' 고용실험 싹 자를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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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노조·무파업을 표방하며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궤도를 이탈했다.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탄생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산별노조가 들어섰다. GGM에는 지난 1월과 3월 2개의 노조가 설립됐고, 이 중 2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했다고 한다. 2019년 출범 당시 노사가 합의했던 무노조 약속은 깨졌고, 무파업 원칙도 허물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노조 출범으로 전형적인 대립적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상생형 일자리 창출'이란 취지가 퇴색되었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지방자치단체(광주)·기업(현대자동차)·노조(한국노총) 등이 참여한 광주형 일자리는 '완성차업계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누적 생산 35만대까지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고 출발했다. 근로자들이 절반 수준인 임금을 받는 대신 지자체가 세제·주거 지원 등을 한다는 게 기본 구상이었다. 연봉이 낮지만 청년들의 고용절벽을 해소할 수 있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모델이어서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GGM의 근로자 수는 약 650명으로 경차 캐스퍼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7만대 생산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생산량은 11만대에 불과하고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그런데 차량 생산 2년4개월 만에 협약을 파기한 것이다. 그동안 노조 대신 '상생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임금협상과 같은 노사 문제를 처리해왔는데, 이제 민주노총 노조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GGM 근로자 연봉이 3500만원으로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열악하다 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값 임금'은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경쟁력이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한다는 협약이 없었다면 현대차가 광주에 공장을 짓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낮은 임금을 이유로 협약을 깨는 것은 무책임하고 상호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파행은 노사정 협력 일자리 실험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래서는 '제2의 광주형 일자리'는 요원하다. 사업 주체들이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파행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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