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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日정부 네이버에 라인 매각 압박, 우리 정부 뒷짐져선 안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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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의 경영권을 네이버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네이버는 라인의 운영사인 라인야후의 모기업인 'A홀딩스' 지분을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 배후에 일본 정부가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온다. 현재 A홀딩스는 매각 요청을 한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는데, 매각이 이뤄지면 소프트뱅크가 경영권을 쥐게 된다. 네이버가 2011년 개발해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을 이유로 드는데, 궁색하기 짝이 없다. 51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하지만, 피해자 수로 따지면 수천 명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피해자가 5억명에 달했던 2011년 페이스북 해킹 사건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다. 필요하다면 보안 강화를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하면 된다. 지배구조까지 흔들어 네이버의 경영권을 가져가겠다는 건 과도하다. 기업의 자유와 사유재산권 침해다. 시장경제 국가라고 자부하는 일본이 이런 무리한 시도를 하는 걸 보니, 결국 다른 속셈이 있지 않나 싶다. 일본 국민의 80%가 쓰는 온라인 플랫폼을 한국 기업 손에 두지 못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 플랫폼은 손댈 수 없으니 라인만이라도 확실한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 강제매각법을 만들어 자국 기업화하려는 시도와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다. 미국은 틱톡 서비스에 가입한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에 유출돼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하지만, 네이버는 그럴 위험이 없다. 상업적 목적 외에 라인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사용한다는 건 꿈도 못 꾼다. 그러니 일본 정부는 네이버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를 설득하고 항의도 해야 한다. 자칫 윤석열 정부 이후 정상화되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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