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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1분기 깜짝 성장, ‘반도체 착시’ 걷어내고 냉정히 봐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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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의 국제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제과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 초콜릿 제품 판매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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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이어진데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부진했던 내수도 개선됐다. 하지만 민간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기 대비 1.3%로, 8분기째 이어지던 ‘0%대 성장률’의 벽을 깬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4분기(1.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시장 예상치(0.6%)를 크게 웃돈 것이다. 연율로 따지면 5%가 넘는 고공 성장이다. 분기별 성장률은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2022년 4분기 반도체 경기 침체로 -0.3% 역성장한 뒤 지난해 1분기(0.3%)에 반등했지만, 이후 2~4분기 연속 0.6%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수출(0.9%)의 개선세가 지속된 가운데 소비와 투자 등 내수(0.7%)도 회복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배경 설명을 통해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뤘다. 성장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도 인정했듯이 내수 반등이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1분기 실적에 지난해 4분기 기저 효과가 크게 반영됐고, 여전히 내수보다는 반도체 등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통계로 보면 이런 특징이 더 명확히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1분기 성장률은 3.4%인데, 순수출(7.1%)의 성장 기여도가 3.9%포인트다. 수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단연 반도체로,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간 영향이 크다. 이에 반해 민간소비는 1.1% 증가에 그쳐,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0.4%포인트)였다. 게다가 첨단 반도체 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의 지난 분기 매출이 27% 감소하는 등 반도체 경기가 마냥 좋아질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지금 실제 바닥 경기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좋지 않다.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임금 체불 규모가 올해 들어서도 무려 40%나 급증했고,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은 4년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하루빨리 만나 내수 활성화와 민생회복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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