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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의대 교수 사직 예고 첫날…"실제 사직한 의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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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부의 의대 증원안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돼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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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사직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진료 현장을 이탈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 강행 분위기가 강한 데다 주요 대학이 30일 하루 휴진을 예고한 터라 의료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오늘(25일) 사직한 교수는 없다”며 “평상시와 다름없이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아직 실제 사직한 교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교수단체는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고 예고해 왔다. 교수들이 지난달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냈고 한달 지나면 자동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직서를 내긴 했지만 대학본부나 병원장에게 간 게 아니어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병원 당국과 정부의 해석이다.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교수들의 사직서를 모아서 보관하거나 의대 학장이 갖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연세대 의대는 비대위 소속 교수의 과반수가 지난달 25일 학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아직 연세대 의료원 인사팀으로 사직서가 넘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24일) 브리핑에서 “절차·형식·내용을 갖춰서 정당하게 당국에 제출된 사직서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무단결근 처리돼도 진료 중단” “정부 너무 한가해”



병원이나 대학본부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도 병원을 떠나겠다는 교수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지도부 4명이 실제 다음달 1일부터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이 병원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도 사직을 선언하고 나섰다. 방재승 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에 “사직서를 병원에 제출했고 다음달 1일 외래 진료도 수술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무단결근으로 처리되겠지만, 결근 기간이 길어지면 병원에서도 결국 사직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본인의 진료실 출입문에 ‘사직의 변’ 대자보를 붙였다. 장 교수는 “교수로 있다는 것에 큰 회의감과 무기력함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현 정부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 군데 모아둔 사직서를 학교 당국에 제출하기도 한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그동안 보관하던 사직서를 26일 학장에게 제출한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달 사직서를 모은 건 항의 차원이었지만, 사태가 너무 길어져 실제 사직 의지를 보여주려고 제출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이탈과 달리 교수들은 한두명만 빠져도 병원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예를 들어 병리과 교수가 관두면 조직검사 결과를 볼 사람이 없어 진단이 어려워진다”며 “정부 인식이 너무 한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부의 의대 증원안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돼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와 의료관계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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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사직 행렬이 이어진다는 소식에 이날 일부 환자는 불안을 감추지 못해 병원을 찾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암환자를 비롯해 평소 이 병원에서 진료받던 환자가 몰려와서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평균 15명 대기자가 계속 있었다. 성인용 병상은 항상 차 있는 상태가 이어졌다”고 했다.



의대 교수 공무원법 적용되지만…“논쟁 소지 있어”



‘사직 효력’ 발생을 두고도 정부와 의료계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의료계는 민법에 따라 당사자가 사직 의사를 밝힌 뒤 한 달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해 병원을 떠나도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대학 교원 신분인 교수들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을 우선 적용받기 때문에 이런 민법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정부 설명대로 국립대 소속 교수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임용권자의 승인 없이는 사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사립대 교수 역시 복무와 관련해서는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토록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병원과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 신분의 교수들은 일방적으로 사직이 가능하겠지만, 교수의 경우 임용(국가가 자격·임무를 부여하는 것)된 것이기 때문에 사직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라 해도 비위 행위자 등이 아니면 임용권자가 사직서를 수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노동법 전문가인 이정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공무원의 경우 징계 혐의가 발견됐거나 전시 등 국가 비상사태라면 사표 수리를 보류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의료계 상황이 그런 상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향후 소송으로 간다면 정부가 패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수현·채혜선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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