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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검찰과 법무부

반도체 기술·인력 中 유출… 검찰, 삼성 前 간부 등 일당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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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제조 핵심 ‘ALD’ 기술 빼돌려

피해 업체 개발비용만 736억 달해

檢, 장비 제작 중 압수… 유통 차단

50대 등 5명·中 현지법인 재판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과 관련 엔지니어들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삼성전자 전직 부장을 비롯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춘)는 25일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전직 삼성전자 기술팀 부장 김모(56)씨 등 5명을 기소(3명 구속, 2명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설립한 중국현지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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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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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범행을 주도한 김씨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기술팀 부장 출신으로, 반도체 D램 제조의 핵심 장비인 원자층 증착(ALD) 장비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중국에 없다는 점을 노려 중국에 반도체 장비업체 A 법인을 신설했다. 김씨는 2022년 2월부터 9월까지 당시 재직 중이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증착장비 설계기술자료를 몰래 별도 서버에 전송해 빼돌렸다. 이와 동시에 “급여와 A법인 주식 배분을 보장하겠다”며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 팀장급 직원 2명과 팀원 1명을 A법인으로 이직하게 했다.

이들은 김씨의 지시에 따라 재직하던 업체의 ALD 장비 설계 도면과 열처리 반도체 장비 통신 기술자료 등을 탈취했다. 피해 회사들이 이 기술자료를 개발하기 위해 들인 비용은 총 7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ALD 장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중국은 현재까지 ALD 장비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기술이 중국에 그대로 유출돼 동일·유사 품질의 반도체 제조공정 장비가 대량생산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 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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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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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빼돌린 자료를 바탕으로 2022년 11월 장비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2월부터 도면작성을 시작했다. 4개월 후인 지난해 6월엔 실제 장비 제작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순수하게 자체 기술을 개발하여 장비를 제작할 경우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무런 기술적 기반이 없는 신생 회사가 불과 4개월 만에 설계도면을 작성하여 장비 제작에 들어간 것은 피해회사들의 기술을 부정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국내 업체에서 제작 중이던 모듈을 압수해 유출 정보를 이용한 제작 장비가 중국에서 유통되는 것을 사전 차단했다.

검찰은 유출에 가담한 A법인의 중국인 대표도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대표가 중국에 체류하며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있어 국내 입국 시 즉시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김씨는 앞서 삼성전자의 다른 핵심기술인 18나노 D램 공정 기술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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