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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삼성물산 vs 현대건설, 해마다 ‘왕좌’ 교체…해외 사업도 ‘용호상박’ [맞수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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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건설 | 삼성물산 vs 현대건설


매경이코노미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물산 사옥(좌)과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우). (매경DB, 현대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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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건설사들이 휘청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지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달랐다. 지난 몇 년간 수주에 공들였던 대형 해외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낸 덕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의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9조3101억원, 1조342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32.3%, 18.2% 증가한 실적이다. 현대건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39.6%, 36.6% 증가한 29조6514억원, 7854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실적은 해외 매출이 견인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해외 매출액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77%, 37.2%씩 급증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카타르 태양광 사업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터널 등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서 매출이 본격화됐다. 4분기에는 해외 현장 화재 사고를 복구하느라 일회성 비용이 들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조금 줄었지만 삼성물산 한 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삼성물산 전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34.46%에서 지난해 36%로 늘리며 ‘실적 효자’로 자리 잡았다.

현대건설도 원래 텃밭이었던 국내 주택 부분에서 선전한 덕도 있지만 해외 대형 현장 공정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의 대형 현장이 본격 가동됐고, 국내에서도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가 본 공정에 들어섰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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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익률 엎치락뒤치락

매출 1위 현대…시평 1위는 삼성

연결 기준 매출액 규모를 놓고 보면 현대건설이 최근 몇 년간 크게 앞서왔고, 영업이익과 이익률을 놓고 보면 삼성물산이 훨씬 우위를 점해왔다. 다만 재무제표상 별도 기준으로 놓고 보면 건설업계 투톱인 두 회사는 지난 5년간 실적 1·2위를 번갈아 차지해왔다. 재무제표상 별도 기준 매출액은 자회사 등의 실적을 반영하지 않는 해당 회사의 순수한 매출액을 표기한다. 통상적으로 자회사 영업이익이 합쳐지면 연결 실적이 별도 실적보다 좋기 마련이라, 오롯이 건설업만으로 승부하려면 별도 기준으로 비교하고는 한다.

다만 지난해는 별도 기준으로 놓고 봐도 현대건설 매출액이 삼성물산을 크게 제치고 국내 최대 건설사 지위를 재탈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별도 기준 재무제표상 지난해 매출액은 15조7788억원으로 삼성물산 13조8042억원보다 1조9746억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매출액 차이는 최근 5년 새 최대치다. 그간 2000억원대에서 많아야 7000억원대 차이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해왔는데, 지난해는 현대건설이 2조원 가까이 차이를 벌리며 크게 앞서나간 모습이다. 2022년에는 삼성물산 매출액이 12조2535억원으로 현대건설(11조9784억원)을 2751억원 앞섰고, 2021년에는 현대건설이 10조2463억원으로 삼성물산(9조5926억원)보다 6537억원 많았다.

수주잔액도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을 크게 앞선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건설의 건설공사 총 도급액은 101조4742억원에 수주잔액은 58조4991억원이다. 반면 삼성물산 총 도급액은 88조4687억원, 수주잔액은 26조9759억원이다. 현대건설에 남아 있는 일감이 2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올해 국내 주택 사업에서 마수걸이 수주도 현대건설이 먼저 따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건설사는 현대건설을 포함해 3곳뿐이었다.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여의도 1호 재건축’으로 불리는 한양아파트 시공권을 따내면서 연초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을 포함한 건설사 7곳은 올 들어 아직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했다.

매출액에서 밀린 대신 삼성물산은 영업이익률에서 현대건설을 크게 앞서며 ‘실속’을 챙겼다. 지난해 삼성물산 영업이익률은 5.2%로 현대건설의 2.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에서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을 앞선 건 2021년 한 해뿐이었다. 삼성물산의 연도별 영업이익률은 ▲2022년 5.6% ▲2021년 2.4% ▲2020년 4.3% ▲2019년 5.5%였다. 반면, 현대건설의 연도별 영업이익률은 ▲2022년 2.9% ▲2021년 3% ▲2020년 2.5% ▲2019년 3.7%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은 또 현대건설이 지켜오던 1위 자리를 9년 만에 탈환한 2014년 이후 10년 동안 시공능력평가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시공능력 순위는 최근 1년간 공사 실적, 재무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한 결과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오랜 기간 국내 건설업계 1위를 두고 경쟁을 펼쳐왔으나 삼성물산이 10년간 시평 1위를 차지하면서 자리를 영영 굳히는 모양새였다”며 “2013년까지 줄곧 1위를 지켜오던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공능력평가를 발표하는 국토교통부가 올해부터 평가 기준을 바꾸기로 하면서 판도가 바뀔 여지가 생겼다. 국토부는 이전까지 시공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에 공사 실적, 경영 평가, 기술 능력, 신인도 평가 등을 반영했는데 올해부터는 신인도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안전과 품질 부문 평가 항목을 강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현대건설 공사 실적이 삼성물산을 앞서는 만큼 올해는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어쨌든 최근 침체된 건설업계에서 실적 선방에 성공한 두 건설사는 올해도 시평 1위 탈환이냐, 수성이냐를 두고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대규모 토목 사업이나 플랜트 사업이 주 먹거리로 꼽힌다. 국내에선 선별적인 정비사업 수주가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외통’인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는 플랜트 사업에 일가견이 있다. 에너지솔루션 등 고수익 위주로 사업을 확대해 다양한 신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주택사업본부장 출신인 윤영준 대표는 주택과 도시정비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선두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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