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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리벨리온, ‘K팹리스’ 라이징 스타…‘유니콘’ 눈앞 [천억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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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리벨리온


‘반도체 강국’ 한국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명함’을 꺼내기 민망할 정도 점유율이다. 한국 점유율(3.3%)은 동아시아 경쟁국 대만(10.3%), 일본(9.2%), 중국(6.5%) 등에 크게 못 미친다(한국산업연구원·2022년 기준). 미국(54.5%)은 따라잡기 힘들 격차다.

이런 시장에서 리벨리온(Rebel lions)은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다. 2020년 설립돼 5년 차에 접어든 이 회사는 AI 반도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에서 두각을 보인다. 최근 반도체 산업 환경은 종합반도체 중심 IDM 모델에서 설계 역량에 방점을 둔 팹리스 또는 팹라이트(Fablite) 모델로 분화 추세가 뚜렷하다.

리벨리온은 지난해까지 AI 반도체 두 개(아이온·아톰)를 제조해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을 포함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누적 투자액은 2800억원(시리즈B 기준). 반도체 스타트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국내 데이터센터용 제품 ‘아톰(ATOM)’이 곧 양산에 착수하는 만큼 올해부턴 본격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거대언어모델(LLM)을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 ‘리벨(REBEL)’ 개발에도 속도를 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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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특화 AI 칩 두각

글로벌 VC 투자

리벨리온은 반도체 하드웨어뿐 아니라, AI 서비스 개발·다각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풀스택(Full Stack)’까지 설계 가능하다. 풀스택은 소프트웨어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또는 전략적 연합을 통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AI 풀스택은 AI 반도체 제조부터 관련 소프트웨어 서비스인 솔루션·클라우드 등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핵심 인력 면면이 돋보인다. 창업자 박성현 대표는 인텔, 스페이스X를 거쳐 모건스탠리에서 퀀트(계량 분석) 개발자로 경력을 쌓았다.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IBM왓슨연구소에서 AI 반도체 수석 설계자로 근무했다. 김효은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의료 AI 기업 루닛에서 딥러닝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세계 최대 팹리스 ARM, 애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거친 박사급 개발자도 속속 합류했다. ‘AI 어벤저스’가 모이자 총 4번의 투자 라운드 동안 전략적 투자자인 KT를 비롯 KDB산업은행 등 국내외 톱VC가 대거 참여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시리즈B에선 8800억원 규모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스타트업)’ 등극을 눈앞에 뒀다. 누적 투자금은 2800억원 규모다. 투자 혹한기 때 버팀목이 됐던 싱가포르 테마섹파빌리온캐피탈은 시리즈A뿐 아니라 시리즈B에도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프랑스 코렐리아캐피탈과 일본 DG다이와벤처스 등 시장 지위가 높은 글로벌 VC도 다수 참여했다.

GPU와 뭐가 다르나

NPU, 연산·전성비 강점

리벨리온이 주력하는 AI 반도체는 신경망처리장치(NPU)다. NPU는 AI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엔비디아 GPU는 고용량 데이터 병렬연산에 강점을 보여 챗GPT 등 범용 AI에 필수재다. 하지만 GPU 기반 AI 칩은 가격이 비싸고 전성비(성능/소비전력)가 떨어진다는 게 약점으로 지목된다.

NPU는 범용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딥러닝 연산에 특화해 GPU보다 빠른 연산 작업이 가능하다. 전력 소모를 줄여 전성비도 개선할 수 있다.

여러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NPU가 점차 GPU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에는 AI 서비스 영역이 분화하면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맞춤형 AI가 주목받는다. 엔비디아 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손익 구조 측면에서 물음표가 던져진 데다 AI 서비스 확장으로 대체 칩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인텔-CPU, 엔비디아-GPU 등 ‘톱컴퍼니’가 자리 잡은 기존 시장에 비해 NPU 시장에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 리벨리온 NPU는 기존 빅테크 GPU와 시장 영역이 겹치지 않고 핵심 역량이 구분(범용 vs 특화)된다는 점에서 기술 기반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단 평가다.

칩 개발은 순항 중이다. 2021년 ‘아이온(ION)’을 첫 출시한 뒤 지난해 2월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선보였다. 아톰은 반도체 기술력 검증 테스트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와 퀄컴 제품보다 일부 앞선 성능을 보여줬다. 아톰 시제품은 이미 KT클라우드에 납품됐다. 올 하반기에는 아톰보다 진화한 초거대 생성형 AI 특화 칩 ‘리벨’도 내놓는다. 삼성전자와 협업해 개발되는 리벨은 매개변수(파라미터) 1000억개 AI 모델까지 추론할 수 있는 반도체다.

향후 성장성은

J커브 초입, 매출 절실

리벨리온은 스타트업 고속 성장 모형을 뜻하는 ‘J커브’ 초입에 놓였다는 게 VC업계 시각이다. J커브는 스타트업 성장 모형을 뜻하는 용어로, 경제학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뜻하는 J커브에서 따왔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환율 상승을 유도하더라도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하다가 상당 기간이 지난 뒤 개선되는 현상을 뜻한다. 스타트업 역시 창업 초반 대규모 영업적자와 자금 소진(Cash-Burning)을 거친 뒤 J자 모양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패턴을 보인다.

리벨리온은 J커브 초입인 만큼 이제부턴 투자받은 돈의 가치를 숫자로 증명해야 할 때다. 전략적 투자자인 KT와 협업을 기반으로 확보한 국내 레퍼런스를 지렛대 삼아 해외 진출 등으로 ‘스케일러빌리티(Scalability)’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전략적 주주로 합류한 KT와 파트너십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고객이면서 주요 주주인 KT와의 관계 때문에 국내외 다른 데이터센터 고객 확보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단 논리다.

신성규 리벨리온 이사(CFO)는 “KT 협업을 통한 상용화 레퍼런스는 고객 확장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국내외 다양한 고객들이 KT와 협력 자체를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신성규 리벨리온 CFO
“향후 2~3년 골든타임…글로벌 성과 기대”
매경이코노미

신성규 리벨리온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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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리벨리온 칩 강점은.

A. 리벨리온 칩은 AI 추론을 중심으로 연산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엔비디아 GPU보다 빠른 처리 속도를 제공하고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한다. 무엇보다 AI 서비스 운영에 있어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기존 GPU 대비 최저 20~30% 수준 전력 소모량으로 AI 연산이 가능하며 크기가 작은 칩으로도 높은 성능을 내는 에너지 효율성을 확보했다.

Q. 매출 증대 계획은.

A. 국내에선 데이터센터용 제품 ‘아톰’이 양산에 착수해 올해부터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물량이 나온다. LLM을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 ‘리벨’도 내년 초 양산이 시작된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리벨의 경우 초거대 AI에 필수적인 HBM3E를 탑재하므로 글로벌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KT 같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외에도 공공, 제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련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Q. 해외 진출 성과와 앞으로 계획은.

A. 현재 IBM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아톰에 대한 퀄테스트(안정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타사 대비 기준이 높은 IBM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제품을 테스팅하고 소통하고 있어 새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본 통신사와도 제품 공급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Q.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한 우리 정부 과제는.

A. 반도체 생태계 가치사슬 완성을 위해 취약한 고리를 진단하고 육성해야 하는 시기다.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한국 팹리스 기업을 육성한다면, 해외 팹리스 독점에 의존하지 않고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초거대 AI가 개화하는 향후 2~3년이 ‘골든타임’이라는 절박함을 갖고 국내 팹리스 기업을 대상으로 과감한 정책 자금과 대규모 실증 사례 확보 등 정책 지원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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