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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日 “네이버 ‘라인’ 지분 팔라”… ‘해킹 핑계’로 경영권 뺏으려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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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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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일 기업이 절반씩 소유한 메신저 앱 ‘라인’의 한국 측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한국 쪽 네이버의 서버가 해킹당해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심은 자국민 대다수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메신저의 절반을 한국 기업이 갖고 있다는 게 못마땅해 경영권을 뺏으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인 96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라인은 한국 네이버의 일본지사인 NHN재팬이 2011년 개발했다. 이후 2021년에 네이버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측 야후재팬이 절반씩 출자한 지주회사 A홀딩스가 출범했고, 이 회사가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하며 라인을 공동으로 경영해 왔다.

문제는 지난달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 조치를 하면서 벌어졌다. 작년 11월 해킹으로 발생한 51만여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문제 삼았다. 유출 책임이 한국 측 네이버 클라우드(가상서버)에 있으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경영 체제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후 라인야후 측이 네이버에 대한 시스템 위탁 규모 축소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놨는데도 일본 정부는 다시 소프트뱅크에 ‘자본 관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보유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일본 측이 경영권을 갖는 ‘일본 기업’으로 만들라는 주문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이 해킹을 당했다는 이유로 한 나라의 정부가 민간 기업에 지분 변경을 요구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작년 사고로 인한 직접적 피해 규모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관치가 강한 일본에선 기업의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한국 기업이 투자하고, 장기간 공들여 키워낸 일본 내 플랫폼을 자국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적대국도 아닌 우방국 기업끼리 맺은 공정한 협력 관계를 끊고 지분을 팔도록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불합리한 처사다.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 기업에 대해 자국 기업과 같은 ‘최혜국 대우’를 하도록 규정한 한일 투자협정에도 위배된다. 일본 정부는 부당한 압박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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