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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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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죽자 20년 만에 나타나 “재산 달라”… ‘구하라 친모’ 사건은? [유류분제도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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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청구訴 이겨 유산 40% 차지

양육 의무 저버린 부모 자격 결격

‘구하라법’은 3년째 국회서 계류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유류분상실사유를 두지 않은 현행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며 이같이 지적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단을 이끌어 낼 만큼 국민적 공분을 산 대표적 사건으로는 ‘가수 구하라 친모’ 사건이 꼽힌다.

세계일보

고(故) 구하라씨 영정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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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구씨가 숨지자 20년 동안 연락 없이 지냈던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구씨의 친오빠를 상대로 상속 재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어린 구씨 남매를 두고 가출한 친모가 사망한 딸이 남긴 재산에 상속권을 주장하자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구씨 친부가 ‘양육 방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이 받은 상속재산을 구씨의 친오빠에게 전부 양도한 것과 비교되면서 친모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그러나 구씨의 친모는 소송에서 승소해 결국 유산의 40%를 받아갔다. 민법 1004조에서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피상속인의 살해, 상해 등으로만 제한해 부양의무를 해태한 부모도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모에게 불효나 패륜을 저질러도 법적으로 유류분에 해당하는 몫의 상속을 받을 수 있다.

구씨 친모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020년 상속인의 결격사유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양육을 현저히 게을리하는 등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구하라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국회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를 민법상 상속인 결격사유에 추가하는 내용의 제2의 구하라법이 발의됐다. 법무부 또한 2021년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재판을 통해서 상실케 하는 내용의 ‘상속권상실제도’를 발의했다. 아울러 1인 가구가 늘고 형제자매가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세태를 반영해 지난해 유류분권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 이들 법안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를 앞둔 상황이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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