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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현장의 시각] 이재명 대표가 두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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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어떤 사회적 결과물이 나왔을 때 개인에게 집중해 공과를 나누는 것은 위험하다. 보통 이런 거대한 사회 현상은 소수 개인의 독자적인 노력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에게 집중하면 사회 현상을 만든 거대한 흐름은 놓치고, 공은 소수만 독점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그렇다. 총선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쥐여준 민심을 제대로 읽지는 않고 논공행상에만 관심이다.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에 명심(이재명 대표의 마음)이 어딨는지 가늠하기 바쁘다. 후보군들은 충성 경쟁 중이다. 서로가 찐명(진짜 친이재명)임을 자부한다. 계파를 막론하고 이 대표 연임에 무게를 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 승리의 공을 이 대표와 몇몇 측근만 독식한다면 이제 남은 것은 명심을 민심으로 착각한 거대 야당의 폭주뿐이다.

당 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쥔 이 대표를 보면서 그와의 섬뜩한 악연이 떠올랐다. 2021년 본지는 경기도청 산하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이 각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내 ‘경기도형 기본대출’ 상품 개설을 요구한 사실을 보도했다. 경기도형 기본대출은 신용도에 상관없이 연 3%라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복지성 금융상품이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이었고, 이번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보도가 나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비즈, 이러니까 적폐 언론 소리를 듣는 것이다. 조작보도를 하며 정치적 음해에 나섰다”며 “그런 요구를 은행에 한 적도 없거니와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구’를 한 것인지 아니면 ‘문의’만 한 것인지 직접 판단해 달라”며 경기신보가 은행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는데, 내용 곳곳이 가려져 있었다.

경기신보가 정한 기본대출 방식을 나열하고 항목마다 가능 여부를 표시하고 불가능한 경우 사유를 상세히 적도록 한 자리였다. 문의만 했다더니 못하는 이유와 대안까지 상세히 적으라고 했다. 게다가 공문에 ‘경기도 중점 추진사항이니 전방위적인 검토와 의견을 회신해달라’고 적었다. 유력 대권 주자의 요구에 일개 은행 직원들은 빈칸을 채우느라 머리를 싸맸을 것이다.

사실을 왜곡한 것은 오히려 이 대표였다. 본지는 결국 가려진 공문 내용을 공개하며 반박 보도를 했지만, 이 대표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적폐로 낙인찍는 그의 비정함이 처연했다. 언론의 사실 보도 대신 이 대표의 왜곡된 소셜미디어(SNS) 글을 믿고 입에 담기 힘든 악성 댓글을 달던 지지자들도 그와 닮았다.

그런 이 대표가 주도할 22대 국회를 생각하면 겁부터 난다. 기본 소득, 기본 주택, 무상 교육 등 총선 공약부터 포퓰리즘이고 반(反)시장적이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국민 1인당 25만원씩 현금을 뿌리겠다고 한다. 국민 대출 금리를 낮춰주겠다며 은행의 정당한 금리 산정 체계를 규제하겠다고 벼른다. 정치권이 민생을 빌미로 민간 기업 경영 개입하면 기업 경쟁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당내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의원들은 공천에서 비명횡사(비이재명계는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 대표를 비판한 언론을 적폐로 찍어내듯 말이다. 견제 없는 권력이다. 만나는 기업인마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108석으로 국민의힘에 개헌 저지선을 만들어 준 표심도 민의(民意)다. 이마저도 끌어안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이 대표에게 이를 기대하긴 난망하다. 대통령실 인선을 두고 여권과의 협치 거부를 선언하고 ‘운동권 셀프 특혜법’으로 불리는 민주유공자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단독 처리하는 것을 보니 폭주는 이미 시작됐다. 찐명이 아니라 진짜 민생을 가려야 할 때인데, 거대 야당에 짓눌려 민생 현안은 신음도 못 낸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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