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유류분 제도는 농경사회와 대가족 시대의 유산이다. 고인의 상속 재산이 주로 장남에게 돌아가니 여성과 다른 자녀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이었다. 가족 노동으로 형성된 가족 재산을 유류분으로 분배해 유족들의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 구조는 급변해 3인 이하 가구가 보편화되고 독립 생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됐다. 그러면서 고인을 장기간 돌보지 않았거나 학대했던 유족들까지 유류분 소송을 제기해 유산을 상속받는 불합리한 경우들이 생겨났다.
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하자 20년간 연을 끊고 지낸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해 구씨가 남긴 유산의 40%를 받아가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병든 부모를 방치했던 자식들이 유류분 제도에 기대 당당히 재산권을 요구하면서 ‘불효자 상속권’, ‘불효자 양성법’이란 비판도 많았다. 헌재는 25일 결정문에서 고인을 생전에 잘 모시거나 고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효자들이 그 보답으로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인정해줘야 하다는 취지의 판단도 내놨다. 일명 ‘구하라법’이 제기된지 5년만에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정이 나왔다. 만시지탄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헌재가 시한으로 정한 내년 말까지 보완 입법을 마쳐야 한다. 작년 전국법원에 1심 재판이 제기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2035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과 비교하면 10년만에 3배 넘게 많아진 것이다. 국회가 관련 민법 규정을 어떤 내용으로 개정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구체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국회에는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 등의 상속을 제한하는 구하라법이 계류돼 있다. 이번 헌재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자면 더 큰 범주의 체계가 필요하다. 반세기만에 손보는 제도인 만큼 현대사회의 특성과 시대 변화상,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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