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중기대출 확대한 은행권, 충당금도 늘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대銀 잔액 640조, 전달比 5조 ↑

금융당국 “중기대출 더 풀것” 압박

연체율 급상승, 작년충당금 32%↑

건전성탓 우량기업만 대출 우려도

헤럴드경제

최근 주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 증가세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자금지원 및 공급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기화되는 고금리와 ‘강달러’ 현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다.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연체율 상승에 따른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기업보다 낮아진 대출금리에...5대 은행 3월 중기대출 5조원↑=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포함) 잔액은 640조672억원으로 전달말(634조9017억원)과 비교해 5조1655억원(0.8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각각 2725억원, 311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격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2월에 3조7051억원이 늘어난 데 이어 이번달 들어서도 1조9694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연속해 감소세를 보였지만, 2월 1조5635억원이 늘어나며 증가 전환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제외한 중소기업 대출 또한 올 들어 8조3260억원 불어났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에 이어 경기 둔화가 나타나며 중소기업 경기는 지속 악화했다. 이에 자금수요와는 별개로 대출 상환 여력이 줄어들며, 은행권은 대출 문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우량 대기업 대상 영업에 집중한 셈이다. 지난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1년 새 29.4%(약 31조원) 늘어났지만,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9.6%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은행권의 자금공급을 강조하고 나서며,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에 따라 5대 은행은 전체 지원 규모(76조원) 중 약 2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중견기업 대출 프로그램 시행과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등이 골자다. 지난 2월부터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은행권 대출 문턱은 낮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포함)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4.98%로 전월(5.28%)과 비교해 0.3%포인트 급감했다. 심지어 대기업 대출 금리(5.11%)와 비교해서도 0.17%포인트 낮아졌다. 이같은 금리 역전 현상은 2009년 7월 이후 약 14년 7개월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아울러 가계대출 수익감소에 따른 기업대출 확대 유인도 몫을 보탰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국내총생산(GDP)을 상회하는 과다한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확대 방침을 지속했다. 여기다 올해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가 시행되며 은행들의 고객 확보 경쟁도 시작됐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등 출혈경쟁이 시작되자 수익성은 급감했다. 가계대출 대신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대출을 늘려, 성장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가파른 연체율 상승세...지난해만 충당금 32%↑=문제는 여신 건전성 악화세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4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81.0으로 전달 대비 0.8포인트 줄었다. 해당 수치가 100이하면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체율 상승세도 가파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로 한 달 새 0.1%포인트 늘어났다. 1년 전(0.47%)과 비교하면 0.2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추가 충당금 적립에 따른 실적 감소가 전망되는 이유다. 지난해 4분기 기준 5대 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잔액은 11조1914억원으로 전년(8조4674억원)과 비교해 2조7240억원(32.1%) 늘었다. 이는 2015년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다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소상공인 민생금융 지원으로 인한 비용이 추가될 시, 중소기업 대출에 따른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건전성 우려에 따라 기반이 탄탄한 우량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만 활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되레 자금 공급이 절실한 중소기업에는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정 여신 부문의 건전성이 악화될 시, 대출 심사가 더 강화되는 흐름은 막을 수 없다”면서도 “충당금의 경우 지난해 사전적 의미로 쌓은 규모가 컸기 때문에, 눈에 띄는 실적 악화세가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