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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라파 코앞에 탱크·장갑차 집결…이스라엘 "지상전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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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5일(현지시간)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라파에 대한 지상전 준비를 완료했다고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통보했다. 미국은 인도주의 위기를 막기 위해 가자지구 북부 해안에 부두를 건설하고 구호품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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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탱크와 장갑차가 라파 인근에 집합해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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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영 칸(KAN) 라디오에 따르면, 이날 할레비 참모총장은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라파 지상전 준비가 완료됐고 내각의 공격 명령이 내려지면 지상군은 곧바로 이동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날 소집된 전시 내각은 라파에 대한 공격 가능성과 4단계에 걸친 피란민 대피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스라엘 채널12 TV는 전했다.

4단계 대피 계획이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보 ▶지정된 대피 지역에 수도·통신 등 필수 인프라 개발 ▶야전병원 10여 개 설립 ▶대피 구역에 파괴된 병원 재건 등이다. 라파 피란민 수용을 위한 대피 구역에 텐트 4만 개를 제공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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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라파의 천막 캠프에 피신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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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내 병력 재배치



이미 이스라엘군은 라파 지상전을 위해 주력 부대를 재배치하고, 탱크와 장갑차 수십 대를 라파 인근으로 옮겼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라파 등에서 진행할 향후 작전 준비를 위해 넷자림 통로(가자지구 동쪽 분리장벽에서 서쪽 지중해 해안까지 관통 도로)를 지켜오던 나할 보병여단을 가자지구에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나할 보병여단은 1982년 창설돼 2차례 레바논 전쟁, 1~2차 인티파타(팔레스타인 주민의 대이스라엘 봉기) 등 주요 전쟁과 대규모 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이스라엘 주력 부대다. 이들이 지키던 넷자림 통로에는 679기갑여단과 2보병여단이 새로 투입됐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지상 진입에 장애물들을 미리 제거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4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라파에 약 5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민가 최소 3채가 피해를 입었으며 현지 취재진 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브라힘 크라이시 팔레스타인 대사는 로이터에 "라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 경보 단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날 이집트의 고위 관리들도 이스라엘이 수일 내에 라파 진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그간 이집트는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할 경우, 라파 내 난민들이 대규모로 이집트에 유입될 것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전날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군사·정보 기관 수뇌부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만나 라파 공격에 대해 논의했고, 라파의 민간인들을 가자지구 내 다른 인도주의 구역으로 대피시키는 방안 등을 조율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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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 시간) 애로 부대를 방문한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사진 이스라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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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자 북부에 해상 부두 설치



미국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앞서,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심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해상 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1000여 명의 미군을 동원해 가자지구 북부 해상에 물에 뜬 형태의 부두를 설치 중이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이 해상 부두를 통해 일 평균 약 90대 트럭 분량의 구호품이 가자지구에 반입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완전히 안정화되면 일 평균 150대 트럭 분량까지 조달 가능하다. 해상 부두는 다음 달 초부터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날 부두 건설 현장 인근에 박격포 공격이 가해져, 추후 해상 부두로 인해 미군이 분쟁에 휘말릴 위협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박격포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군의 파상공세에 시달린 가자 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번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대한 지지율은 34%로, 지난해 11월(44%)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칼릴 시카키 센터 소장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는 고통에 대한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고 느끼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지는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에 거주 중인 한 피란민은 “하마스가 230만 가자 주민을 떠돌이로 만들었다”며 “그들이 처벌받기를 매일 기도한다”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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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의 해상 부도 건설 임무에 배치되는 미군 선박이 제임스강에서 출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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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대학가에서는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가 격화하면서 일주일 새 500명이 넘는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25일 보스턴에 위치한 에머슨대에선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 10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에머슨대는 이날 예정됐던 수업을 모두 취소했다. 미 서부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도 캠퍼스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던 시위대 93명이 체포됐다. 이 대학은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졸업식마저 취소했다.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날 남부 텍사스주의 오스틴대 캠퍼스에서는 시위 관련자 34명이 체포됐는데, 이 과정에서 기마대를 포함해 대규모로 출동한 경찰이 진압봉을 휘두르며 학생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조지아 지부는 에머리대 시위대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무력과 최루탄·고무탄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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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교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시위 도중 말을 탄 주 경찰이 시위대를 밀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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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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