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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日은행, 엔화 약세에도 금리 동결…달러당 엔화값 156엔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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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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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최근 엔화 약세에도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17년 만에 정책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를 탈출했지만 통화정책 숨고르기에 나선 셈이다. 달러당 엔화값은 156엔 선까지 돌파하면서 3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BOJ는 25~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0~0.1%인 단기 정책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회의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엔화 약세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힌 국채 매입도 장기금리가 급상승할 위험에 대비해 계속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19일 -0.1%였던 금리를 0~0.1%로 올린 뒤 처음 열린 자리다. 당시 2007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2016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도 8년 만에 벗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일찌감치 '통화정책 유지' 쪽에 무게가 실렸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 23일 참의원에서 "(현재로선) 완화적 환경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발언을 내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물가나 임금 인상의 동향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올 여름 이후에 추가 금리 인상이 검토될 거라고 보도했다.

BOJ가 환율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수퍼 엔저' 현상은 한층 심화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155엔대로 시작한 달러당 엔화값은 빠르게 내려앉으면서 장중 156.8엔까지 찍었다(한국시간 26일 오후 5시 기준). 연초만 해도 달러당 140엔 수준이던 엔화 가치는 강달러 기조와 맞물려 199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BOJ 회의 후 정부가 외환 움직임에 확실히 대응할 거라면서 시장 개입 의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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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거리가 멀었던 우에다 BOJ 총재의 입도 엔화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활동과 물가에 대한 전망이 실현되고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오르면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지만, 당분간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환율이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엔화 약세는 아직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엔저에 따른 위험은 '제로(0)'가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서 지켜보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영향으로 커지게 되면 금융정책 결정에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이타 가즈시게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 애널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에 "최근 엔저 현상이 심화해 국채 매입 규모 축소 등의 대응책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BOJ는 무대응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 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이제 BOJ 회의는 끝났고, BOJ와 일본 정부는 미국 경제 수치와 금리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BOJ의 행보는 엔화 등 주변국 통화와 연동해 흔들리는 원화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25일 달러당 원화값은 엔화 약세 여파로 5.8원 내렸고(환율 상승), 이날도 엔저 속에 0.3원 하락한 1375.3원에 장을 마쳤다.

한편 BOJ는 이날 함께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신선 식품 제외)를 2.8%로 잡았다. 석달 전 발표한 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올린 것이다.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2026년도(2026년 4월~2027년 3월) 물가 상승률은 각각 1.9%로 내다봤다. 엔저와 함께 임금 인상 움직임 등이 커지면서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거라고 본 것이다. 우에다 총재는 BOJ가 목표로 잡은 2% 이상의 물가 상승이 꾸준히 이뤄지면 금리를 인상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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