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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스태그플레이션 불안감 vs AI 모멘텀의 싸움[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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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는 25일(현지시간) 거시 경제에 대한 불안과 AI(인공지능)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며 혼돈 양상을 보였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생각보다 높았다.

경제 성장률은 둔화하고 물가상승률은 떨어지지 않는 이 같은 조합은 증시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경제 성장세가 약화돼도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되지 않으면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인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국채수익률이 치솟으면서 증시는 급락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증시는 충격에서 벗어났고 S&P500지수는 낙폭이 장 초반 대비 3분의 2가량 줄어든 0.5%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를 살린 것은 반도체주의 귀환이었다. 최근 약세를 보여온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0% 상승 마감하며 추락하던 증시를 끌어올렸다.

메타 플랫폼이 전날 장 마감 후 올해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등에 대한 자본 지출을 당초 예상보다 늘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살아난 것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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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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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올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 2.4%를 크게 하회하는 것이며 지난해 4분기 3.4% 성장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올 1분기 소비자 지출 증가율이 2.5%로 지난해 4분기 3.3%에 비해 둔화되면서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졌다.

단순한 경제 성장세 약화로 그쳤다면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는 호재였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문제였다. 상무부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올 1분기에 전분기 대비 연율로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1.8%에 비해 크게 올라간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올 1분기에 3.7% 상승해 연준의 목표치 2%와 멀어졌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2%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며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3.4%도 웃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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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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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경제 모멘텀은 떨어지는데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을 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불어지며 국채수익률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갔다.


올해 금리 인하 전망 후퇴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일 대비 0.054%포인트 오른 4.706%로 지난해 11월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한 때 4.722%까지 올라갔다. 2년물 국채수익률은 장 중 한 때 5%를 넘어섰다가 4.99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국채수익률이 장 중 최고치에서 소폭 내려온 것은 440억달러의 7년물 국채 경매가 86.1%의 낙찰률을 보이며 수요가 견고했기 때문이었다. BMO 캐피털 마켓에 따르면 이는 평균 낙찰률 84.9%를 웃도는 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이날 GDP 성장률 발표 후 오는 6월 금리 인하 기대는 14.3%로 낮아졌다. 오는 7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도 30.4%로 내려갔다. 오는 9월에 처음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은 43.9%로 금리 동결 전망 41.0%와 거의 비슷해졌다.

올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해서는 1번이라는 예상이 38.8%로 가장 많고 2번이 29.3%로 뒤를 이었다. 올해 금리가 2~3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1~2번으로 후퇴한 것이다.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19.5%로 올라갔다.


거시 악재 속 AI가 버팀목

하지만 결국 AI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의 급락을 막는 발판이 됐다. 메타의 자본 지출 확대로 반도체와 서버 등 AI 관련 하드웨어 수요가 강세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가 관련주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런 점에서 26일 증시도 AI 모멘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드 시장과 AI 모델을 두고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모두 AI 수요 강세로 클라우드 사업부의 매출액이 고속 성장하며 실적 호조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미 후드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단기적인 AI 수요가 우리의 활용 가능한 역량보다 다소 높다"고 말했다. AI 수요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할 수 있는 AI 서비스 역량을 웃돌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반도체회사인 인텔은 올 2분기 매출액 가이던스가 실망스러워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8% 가까이 급락했다. 하지만 인텔의 실적 부진은 AI산업 전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텔 고유의 문제인 만큼 전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텔도 AI 반도체인 가우디 생산이 올 하반기부터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AI 반도체시장의 후발주자로 엔비디아와 AMD를 추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피력했다.


3월 PCE 물가지수가 복병

다만 이날 개장 전에 발표되는 지난 3월 PCE 물가지수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AI 모멘텀을 집어 삼킬 수도 있다.

25일에 발표된 올 1분기 PCE 물가지수는 전분기 대비 연율 상승률이지만 26일에 나오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및 전년 동월 대비 지난 3월의 상승률이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 3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3%, 전년비 2.6%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월비 상승률은 지난 2월의 0.3%와 동일한 것이고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2월의 2.5%보다 소폭 올라간 것이다.

지난 3월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3%, 전년비 2.7%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월비 상승률은 지난 2월의 0.3%와 같은 수준이고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2월의 2.8%에 비해 소폭 낮아진 것이다.

이날 개장 전에는 정유회사인 엑슨 모빌과 셰브론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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