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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단독] 하이브·민희진 분쟁, ‘풋옵션 행사’ 협상 결렬도 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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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하이브 방시혁 의장(왼쪽), 어도어 민희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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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대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 갈등이 폭로전으로 치달은 가운데, 이들의 풋옵션(지정가에 팔 권리)을 둘러싼 양측 주주간 계약 또한 법정 공방으로 흐를 전망이다. 본지가 확인한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풋옵션 행사 가격 인상 협상의 결렬’이 이들 갈등의 출발점이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와 가요계에 따르면 양측 갈등이 시작된 건 지난해 12월부터였다.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 측에 지난해 3월 체결한 주주간 계약(SHA)과 풋옵션 배수 및 행사 비율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민 대표는 어도어 설립 2년 만에 이 계약으로 지분 100%를 갖고 있던 대주주 하이브로부터 18%를, 그의 측근인 어도어 경영진은 2%를 넘겨 받았다.

민 대표는 앞서 25일 기자회견에서 주주간 계약으로 묶인 ‘경업금지 조항’에 불만을 터트리며 자신이 경영권 찬탈을 모의할 수 없는 핵심 이유로 거론했다. 경업금지는 퇴사 후 특정 기간 동안 동종 업종 근무나 경쟁사를 차리는 걸 금지하는 조항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의 갈등은 주주간 계약 수정 이견이 컸기 때문”이라며 “저한테는 계약이 올무다. 제가 영원히 노예일 순 없다”고 발언했다가 함께 동석한 법무법인 세종 측 변호사들로부터 ‘계약조항 비밀유지의무’를 이유로 저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 대표가 문제제기에 나선 건 경업금지 조항만이 아니었다. 지난 12월 민 대표는 1)’경업금지 조항’과 상충할 수 있는 ‘풋옵션 행사 비율’ 수정 외에도 2)소유주식 양도 제한 조항 ‘완전 삭제’ 3)풋옵션 가격 인상 등을 요구했다. 자신의 지분을 하이브 동의 없이는 양도할 수 없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불가능하다면 보유 지분 전체에 풋옵션을 100% 부여하고 팔 수 있는 지정가의 액수를 올려달라고 한 것이다. 민 대표 측의 현재 풋옵션 행사 가격은 행사 시점 연도와 전년도 평균영업이익의 13배 값에 총 발행주식 수를 나눈 수준(올해 행사 시 약 1000억원)이다. 민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돈을 원했으면 하이브에 내부 고발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로 “가만히 있어도 1000억을 번다”고 언급한 이유다.

당시 계약서에 따르면 민 대표의 보유 지분(어도어 전체 지분 중 18%)의 75%에만 올해 말부터 행사 가능한 풋옵션이 부여됐는데, 민 대표 측은 나머지 25%에는 아예 풋옵션이 부여되지 않아 ‘불안하다’며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퇴사 후에도 하이브 동의 없이 매각하거나 양도할 수 없어 불합리한 계약이란게 민 대표의 주장이었다. 하이브 측은 이에 “보유 지분 전체 양도를 가능하게 해석할 다른 조항이 이미 있지만, 원하는 대로 수정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연이어 민 대표가 ‘양도를 가로막는 관련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거나 풋옵션 배수를 올려달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은 이어졌다. 당시 하이브 측은 전자의 경우 ‘회사 몰래 양도하는 걸 막기 위해 완전 삭제는 어렵지만, 나머지 25%에도 행사 시점을 달리해 풋옵션을 부여해 주도록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후자의 경우는 ‘풋옵션 행사가격은 의무가 아니고, 어도어의 시장 가치에 따라 자연히 높아질 수 있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민희진 대표는 재차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시장 가격은 하이브가 거절하면 성사가 안 되는 것이니 어도어보다 영업이익이 훨씬 높은 타 레이블을 기준으로 배수를 확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양측은 법정 대리인을 통해 협상을 지속했지만 하이브 쪽에 올 초부터 제기된 ‘민 대표가 투자자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제보가 지난 22일 감사의 단초가 됐다는 게 복수의 관계자가 전한 갈등의 흐름이다.

하이브는 감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주주간 계약 위반’을 민 대표 측에 통보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감사 과정에서 나온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간 대화와 문건들이 앞서 12월에 있었던 주주간 계약 갈등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이라고 해석 중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지난 25일 ‘2025년 1월 2일 풋옵션 행사 exit’ ‘재무적 투자자 구함’ ‘(하이브에 대한) 권리침해 소송 진행’ ‘뉴진스와 전속계약 새로 체결’ 등의 계획이 담긴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간 대화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양측 주주간 계약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하이브는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이들의 주식을 사갈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일 주주간 계약 위반에 따른 하이브의 콜옵션 행사가 이뤄진다면 어도어 지분을 액면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당초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지분을 넘길 때 시세보다 헐값에 넘겼다고 논란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희진 대표는 26일 본지에 “불합리한 조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풋옵션과 관련하여 수정 제안을 받았으나, 그 제안을 포함하여 다른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들이 있었고, 주주간 계약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변경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하이브의 입장을 고려하여 다른 제안 내용을 논의하던 중, 아일릿이 데뷔하면서 사건들이 터졌고 더 이상 주주간 계약을 재협상한다고 해서 묵과하거나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협상은 보류되었다”고 했다.

그는 주주간 계약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경영권 찬탈 등을 이유로 대표이사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하이브가 먼저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세부 계약 내용에 대해선 “지분 전체 양도를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계약 내용을 오해하고 있거나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배수는 애초 약정 내용을 실현시키기 위한 요구였다. 역시 요청 내용을 교묘히 왜곡해 이번에는 돈 밝히는 민희진 프레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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