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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만물상] 방시혁과 민희진의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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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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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등장한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보이 그룹 H.O.T와 걸그룹 S.E.S를 선보이며 K팝 탄생의 신호탄을 쐈다. JYP·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K팝 시대를 열었다. 세 기획사는 이수만·박진영·양현석이라는 걸출한 가수 출신이 이끌었다. 2005년 등장한 방시혁은 달랐다. 가수 출신이 아닌 경영인으로서 K팝 최고 히트 브랜드인 BTS를 탄생시켰다.

▶'사장님 방시혁’은 K팝 기획사에 미국식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했다. 레이블은 모기업에 딸린 자회사라 할 수 있다. 방시혁이 의장으로 있는 하이브(HYBE) 아래 BTS가 속한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쏘스뮤직, 플레디스, 빌리프랩, 어도어 등이 포진해 있다. 어도어 소속 걸그룹 뉴진스가 지난해 11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BTS의 군 입대로 인한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레이블 육성에 과감히 투자한 사업가 방시혁의 안목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도 엑소와 소녀시대를 키워낸 이 분야 기린아다.

▶그랬던 방시혁·민희진 두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분이니 풋옵션이니 하며 K팝을 사랑해온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문화와는 무관한 두 대표의 갈등에 대한 반감을 엿보게 하는 사건이 그제 민 대표 기자회견에서 있었다. 그날 민 대표는 그런 자리에 어울릴 투피스 정장이 아닌 맨투맨 티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방송사 유튜브로 그 장면을 본 이들은 민 대표 말에 귀 기울이는 것 못지않게 패션에도 관심을 쏟았다. 민 대표가 입고 나온 옷과 모자가 완판된 것이다.

▶패션 업계에선 이런 현상을 ‘디토(ditto)’라는 이탈리아어로 설명한다. ‘나도 그래’라는 뜻이다. 디토는 성공한 연예인의 스타일을 따르고 싶은 대중의 욕망이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한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디토는 단순히 대세를 따르는 유행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이가 그 분야에서 먼저 성공한 셀럽들을 선망하는 문화 현상이라 설명한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영어 의미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연결과 확장을 지향하는 뜻’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벌집(hive)도 떠올리게 한다. 많은 K팝 팬은 여러 레이블을 거느린 하이브가 큰 벌통이 되어 레이블이란 방을 키워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장르가 차별화되지 않은 레이블들 간 지나친 경쟁도 한 이유라고 한다. 유니버설 뮤직처럼 각각을 개성 뚜렷한 레이블로 키우는 방안도 고민했으면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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