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이슈 국방과 무기

軍, 이란 미사일 요격한 ‘美 SM-3′ 도입...사드보다 높은 고도서 격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SM-3 미사일./미 해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군이 최근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탄도미사일 요격 무기 ‘SM-3′가 우리 군에 도입될 전망이다. SM-3는 고도 100~1000㎞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용도다. 요격 고도가 사드(THAAD)보다 높아 대기권 밖에서도 적 미사일 격추가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26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 회의에서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SM-3)을 해외 구매를 통해 확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총 사업비 8039억원을 들여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사가 만든 SM-3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SM-3의 한 발당 가격이 200억원 이상임을 고려할 때 도입 발수는 약 40발로 추정된다. SM-3는 해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정조대왕함)에 배치된다. SM-3 도입 사업은 2013년 처음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미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논란, 가격 대비 군사적 효율성 논란 등 때문에 표류하다 이번 결정에 따라 11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SM-3 도입을 위한 잰걸음이 시작되면서 우리 군의 요격 체계는 보다 촘촘해질 전망이다. 현재 한반도는 천궁-2(요격 고도 15~20km), 패트리엇(15~40km), 사드(THAAD·40~150km)로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를 갖추고 있다. SM-3(100~1000km)와 2025년 실전 배치가 예상되는 엘샘(L-SAM·40~60km)이 도입되면 북핵 방어 능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2′형 고각 발사를 통해 공격을 감행할 시 SM-3 요격 체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SM-3는 최근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 탄도미사일 격추에서 실전 능력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미사일 순양함 USS 레이크 이리호(CG 70)에서 SM-3 블록 1B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해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군은 SM-3가 도입될 경우 북한의 정찰위성도 요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정조대왕급 구축함의 경우 이지스 레이더 탐지 범위가 고도 2000km에 달해 저궤도(약 500km)에서 돌고 있는 북한 정찰위성도 요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첫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했다. 만리경 1호는 저궤도에서 운용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미 해군은 자국의 고장 난 첩보위성을 격추하기 위해 SM-3를 발사해 격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SM-3는 현재 1척이 실전 배치 중인 정조대왕급 구축함에서 운용하는 것이 목표다. 정조대왕급 구축함을 추가 건조해 SM-3를 탑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세종대왕급 구축함에서는 바로 실전 배치는 어렵지만 전투 체계 업그레이드를 하면 기술적으로는 SM-3 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이 경우 수천만 달러의 업그레이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SM-3가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완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란 입장이었지만, 중국·러시아가 민감하게 여기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논란이 불거지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과거부터 SM-3는 북한의 대남 공격 때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때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는 무기 체계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또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사드보다 요격 고도가 높은 방어 체계인 SM-3를 운용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북한이 남측을 공격할 때는 우선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 발당 가격이 200억원 이상인 SM-3는 가격 대비 군사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SM-3 도입은 미국 MD 체계 편입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혀 별개”라고 했다. 그러면서 “탄도미사일 하강 단계 요격 미사일만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에 요격 고도 100㎞ 이상 중간 단계 요격 미사일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군사 소식통은 “SM-3 도입을 통해 우리가 동맹인 미국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며 “한반도에 국한해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SM-3 도입이 전격적으로 결정된 배경에는 해군 출신 김명수 합참의장(대장) 보임도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함정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 탑재는 해군의 숙원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해군참모총장 출신 송영무 국방장관이 임명됐을 당시에도 SM-3 도입이 탄력을 받았지만 2018년 송 장관이 교체되면서 논의가 잦아들었다.

한편 이날 방추위에선 울산급 배치-Ⅳ 함정 건조 계획과 장거리공대공유도탄 국내 개발도 의결됐다. 울산급 배치-Ⅳ 사업은 노후한 초계함과 호위함 등 경비 함정을 대체하는 최신 호위함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기간은 2032년까지이며, 총사업비는 3조2525억원이다. 장거리공대공유도탄 사업은 한국형 전투기 KF-21에 장착할 공대공 미사일을 국내 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양지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