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1 (금)

지자체 출산지원금 경쟁… 인구 뺏는 제로섬 게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출산율, 다시 '1.0대'로]

지원금 받고 대도시 이주 일쑤

“인프라 확충해 정주여건 개선을”

동아일보

올해 2월 문을 연 강원 화천군 커뮤니티센터에서 독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서로 발표하겠다며 손을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짝 일시금‘ 형태의 지원보다 양육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게 출산율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화천=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은 2012∼2018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하며 ‘해남의 기적’이란 말이 나왔다. 2012년 첫째 출산장려금을 50만 원에서 전국 최고 수준인 30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한 영향으로 해석됐다. 2011년 518명이었던 출생아는 2015년 839명까지 늘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2년에는 216명까지 줄었다. 2014년 2.47명이었던 합계출산율도 1.04명이 됐다.

문제는 정주 여건이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15년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여성의 28.3%가 출산 6개월 전부터 해남에 전입했다. 장려금 수령 후 6개월 내 전출한 비율도 21.7%에 달했다. 출산 부부들이 지원금만 받은 뒤 병원 학교 등이 잘 갖춰진 인근 대도시로 다시 이주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및 지자체의 현금성 지원이 출산 전후 집중되는 ‘반짝 일시금’ 형태를 벗어나야 지역 소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금성 지원의 단기적 효과를 부정할 순 없지만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인프라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출산율을 더 높이고 향후 정착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9∼2021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의 출산 지원 예산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출산장려금 100만 원 지급 시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했지만, 아동 1인당 인프라 예산을 100만 원 늘리면 합계출산율은 0.098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금액을 쓰더라도 지원금으로 주는 것보다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육아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곳이 늘고 있다.

강원 화천군의 경우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올 2월 화천커뮤니티센터를 열고 영어, 독서, 음악, 체육 등 저렴하고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는 한 달에 4만 원가량의 간식비만 부담하면 된다. 중고생 가운데 선발된 60명에 대해선 서울 유명 학원 출신 강사들이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을 제공한다. 식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이 무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마다 현금성 지원 대책이 우후죽순 쏟아지면 인근 지역끼리 서로 인구를 빼앗아 가는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공공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화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