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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인재 유출 3위 한국… 기업 대표들 美 날아가 ‘석박사 모시기’ [글로벌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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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기업 AI인재 쟁탈전

한국 기업도 AI인재 확보 비상

국내외 대학 돌며 인재 영입 사활

“정부 차원 투자 확대” 목소리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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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AI 핵심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연구 인력을 모두 쓸어가면서 국내 AI 업계 인재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15일 발간한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HAI가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링크트인에 등록된 회원 1만 명당 AI 관련 인력 이동 추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국은 ―0.30을 기록했다. 마이너스는 특정 국가에 유입된 인재보다 해외로 빠져나간 인재가 더 많다는 의미다.

2020년 0.30이었던 이 지표는 2021년과 2022년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인도(―0.76)와 이스라엘(―0.57)도 인재 유출이 심각한 나라로 조사됐다. 미국은 0.40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인재가 빠져나가는 데에는 투자 규모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원천기술이나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가 활발하고 규모도 큰 미국이 AI 기술 개발에서 우위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AI 투자는 하위권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투자 1위는 미국으로 약 672억 달러(약 92조6700억 원)를 기록하며 2위인 중국(77억6000만 달러)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은 13억9000만 달러(약 1조9400억 원)로 15개국 가운데 공동 9위로 인도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 2022년에는 31억 달러로 6번째였는데 1년 새 투자액이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3계단 뒤로 밀렸다.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 확보가 필요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AI 인재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유플러스 황현식 사장은 직접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인재 유치에 나섰다. 황 사장은 스탠퍼드대, 조지아공대, 일리노이대 등 미국 주요 대학의 AI 분야 석·박사 10여 명을 초청해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행사를 주관했다. 이들은 1월 LG유플러스가 미국 캠퍼스 리크루팅을 통해 인연을 맺은 AI 연구자들이다. LG유플러스는 6월 말까지 LLM 개발을 담당할 ‘AI 과학자’ 직군 채용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도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 ‘SK텔레콤 AI 펠로십’을 통해 미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프로그램은 AI를 공부하는 대학과 대학원생에게 기업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신입 채용 시 1차 전형 합격 혜택을 준다. 앞서 KT는 2월 AI 분야 인재 영입을 위해 1000여 명 규모의 대규모 인재 채용 계획을 밝혔다.

AI 반도체칩 수요 폭증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대비에 나섰다. 미국 내 생산 시설 건설을 확정한 양 사는 현지 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고 인재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대와 오스틴커뮤니티칼리지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반도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DS부문은 ‘범용인공지능(AGI)’ 분야 경력사원 채용을 시작했다. 연말 양산을 목표로 한 자체 개발 AI 전용칩 ‘마하-1’ 출시 및 후속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력 보강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 생산기지에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인근에 있는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그나마 공급이 많지 않은 AI 인재들이 미국 빅테크 등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기업,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해외 인재 등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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