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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공포의 파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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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넋놓고 있으면 위험해

흉기로 돌변한 야구공

관중석에서도 아웃될 수 있다. 초청 공연을 앞두고 야구 경기를 보고 있던 걸그룹 ‘아이칠린’ 멤버 초원(19)씨의 후두부 쪽으로 작고 빠른 것이 날아왔다. 파울볼이었다. 혼절,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검사를 받았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일이다. “공이 높게 떠서 빠르게 날아오니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초원은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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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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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계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매년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200건 가까이 파울볼 사고가 발생한다. 김규남 서울시의원실이 제공한 ‘서울시 관내 시립 체육시설 안전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잠실 야구장에서만 지난해 파울볼·홈런볼로 부상자가 25명 나왔다. 타박상 위치는 다양했다. 왼쪽 무릎, 우측 쇄골, 정강이, 광대뼈, 좌측 엄지, 코, 정수리…. 튀어나온 곳은 전부 맞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지름 7㎝ 남짓에 무게 145g 수준이지만, 공 때문에 골로 간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노약자에게는 특히. 거포가 즐비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사망자까지 나온다. 2018년에는 LA 다저스타디움에서 79세 할머니가 시속 150㎞짜리 강습 파울 타구에 머리를 맞아 나흘 뒤 숨졌다. 이듬해 구단 측은 홈플레이트 뒤쪽 그물망 높이를 10m로 높였고, 외야에도 약 40m 길이 그물망을 추가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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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한 달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한 야구 응원 열기.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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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측의 파울볼 사고 배상 의무는 없다. 기존 판례에서도 드러난다. “야구 경기는 본질적으로 파울볼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위험성이 크거나 파울볼 사고가 자주 생기는 곳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넘어서 경기 관람에 방해가 될 정도로 완벽한 안전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면서 “관람객이 보통 감수할 범위를 벗어난 사고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사건 번호 2018가소361159)는 것이다. 다만 각 구단은 이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도의상의 치료비 등을 지급한다.

공은 경기장 밖으로도 날아간다. 수원 KT위즈파크만 해도 2019년 김하성 선수, 2022년 박병호 선수가 때린 홈런 볼이 장외로 날아가 주차장의 자동차 뒷유리를 뚫었다. KT위즈 관계자는 “해당 차량 파손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구단이 비용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2022년 당시 피해 차주는 인스타그램에 “차는 박살났지만 박병호 선수를 응원한다”는 글을 남겼다. 야구공은 이미 다른 누군가가 주워가버린 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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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환호, 누군가의 비명. 박병호 선수의 홈런에 야구장 밖 자동차 뒷유리창이 깨졌다. /KT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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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돈이 된다. 위험을 무릅쓰고 잡으려는 관중이 즐비한 이유다. 그러나 피하는 게 신상에 좋다. “파울볼은 잡지 말고 피해야 안전하다”는 안전 캠페인이 벌어질 정도. 지난해 관중석에 앉아 있던 강정호 선수가 맨손으로 파울볼을 잡아 화제가 됐지만, 강씨는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똑같이 잡으려다 사람 잡는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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