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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미술의 세계

前 외교장관 부인은 힐러리와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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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교街(가) 산책/이성미/올림/1만8000원

“10년 간격으로 내가 남편의 뒤에서 해 온 일들은 모든 외무 장관 부인들이나 주미대사 부인들이 했던 일과 똑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은 이성미(85) 한국학중앙연구원(옛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미술사학과 명예교수가 남편인 한승주(84) 전 외교부 장관(1993년 2월∼1994년 12월) 및 주미 한국대사(2003년 4월∼2005년 2월)의 고위 공직자 시절 경험한 일을 기록한 것이다.

세계일보

이성미/올림/1만8000원


외교부 장관과 주미대사 부인으론 보기 드문 전문직 여성이었던 저자는 10년의 간격을 두고 약 2년씩 모두 4년간 서울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과 미국 워싱턴의 한국대사 관저에서 지냈다. 그동안 전공과 전문성을 살려 ‘한국문화 전도사’로 활약했다. 그는 남편이 장관일 때 외교부 특성에 맞는 공개 문화강좌를 열고 주한 외교 사절과 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도 했다. 남편이 주미대사일 때는 관저 만찬이나 순방 외교 동행 등 공식 행사에서는 물론, 미국 여러 도시의 대학과 박물관, 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한국문화를 전파하고자 힘썼다. 저자는 이를 “미술사와 외교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즐거운 순간”으로 기억한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서울에서나 워싱턴에서나 관저에서 생활하게 될 후임자를 위해 식기와 메뉴, 손님 명단 등 사소한 것까지도 상세한 기록으로 남겼다. 외교부 장관과 주미대사 관저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중요한 외교 활동 무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뒷얘기도 많다. 1993년 2월 출범한 김영삼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된 남편을 따라 입주한 장관 공관은 매우 낙후된 상태였다. 공관 안주인이 공관에 ‘손을 대면’ 장관이 곧 물러나게 된다는 소문 비슷한 징크스와 무관치 않았다고. 저자는 그러나 너무 낡은 화장실 개조를 마음먹었고 그해 가을, 개선이 시급한 연회동 화장실부터 고쳤다. 다행히 징크스는 비켜 갔다. 김영삼정부가 10개월 만에 단행한 첫 번째 개각에서 한 장관은 유임됐다. 하지만 이듬해 가을 주거동 화장실을 손본 뒤에는 두 달 후 발표된 두 번째 개각 때 한 장관이 경질되면서 징크스를 피해 가지 못했다.

해외 근무하다 돌아온 대사 등 외교관 부인들이 남편의 다음 부임지 청탁을 하러 저자의 외부 연구실로 불쑥 찾아와 곤란했던 얘기나 1993년 6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 부부가 방한했을 때 힐러리 여사와 나눈 얘기 등도 눈길을 끈다. 책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배우자라면 어떻게 처신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엿볼 수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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