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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구천 떠돌 거다'… 거짓말로 굿 값 챙기고 옛 연인 스토킹한 무속인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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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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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50대 여성 무속인이 직장과 직업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속여 굿 값을 받아내고 이별한 상대와 그 배우자에게 스토킹과 협박 범행을 저지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사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위반,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51·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80시간도 명했다.

A 씨는 지난 2020년 6월 18일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강북구 소재 신당에서 직업 상담 때문에 찾아온 B 씨를 속여 1200만원을 결제토록 하는 등 그해 7월 2일까지 3차례에 걸쳐 297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공소장엔 A 씨가 당시 B 씨에게 '네 엄마한테 상문이 끼어 굿을 해야 한다' '굿을 당장 하지 않다가 며칠 새 엄마 죽으면 어떻게 할래' '당장 다음 날 굿을 진행해야 하니 카드 할부로라도 결제하라'고 거짓말했다고 적혀 있다.

A 씨는 같은 해 11월 22일엔 직장 문제로 점을 보러온 C 씨에게 '이혼 살이 있어 결혼 못 한 거야' '더 늦어지면 애 못 낳는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고 627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는다.

또 A 씨는 작년 1월 2일엔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D 씨에게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얼굴 보고 가마. 원귀가 돼 구천을 떠돌 거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그해 2월 5일까지 62회에 걸쳐 연락하며 스토킹하기도 했다.

A 씨는 D 씨 배우자 E 씨에게도 연락해 D 씨에 대한 거짓 글을 작성하거나 D 씨와의 성관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것처럼 협박한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에서 A 씨와 변호인은 통상적 범위를 넘지 않는 비용으로 굿이나 초기도를 모두 해줬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굿을 하지 않으면 당장 해악이 실현될 것처럼 고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애초 직장 문제로 점을 보기 위해 방문했을 뿐인 피해자에게 당장 굿이 필요하다고 호통쳤다"며 "서두를 합리적 이유가 없었음에도 즉석에서 카드 한도를 상향하게 만들면서까지 당일에 굿 값을 결제토록 했다. 전통적 관습이나 종교 행위로 허용될 한계를 벗어나 기망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박 판사는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하긴 하나, 우리 사회가 무속 행위의 일반적 효험 내지 사회적 기능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고, 피고인은 무속인 자격을 갖춰 실제로 피해자들을 위해 일정한 구색을 갖춘 무속 행위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skh8812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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