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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파묘'도 무료, 야구도 공짜"…콘텐츠 물가상승에 활개치는 '제2의 누누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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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 360만회 접속

구독료 상승·야구 유료 중계로 불법 사이트 접속 늘 듯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 관련 '정보통신망법' 7월 시행

뉴시스

[서울=뉴시스] 지난 24일 뉴시스가 불법 사이트 '○○위키'를 접속했더니 인기 영화 '파묘'와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쇼군' 등이 게재돼 있었다. 사진은 해당 사이트 '파묘' 재생 화면 (사진='○○위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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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2024년 4월22일 오전 10시30분 정식 버전으로 변경됐습니다."

어느 한 동영상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게재된 영화 '파묘' 다시보기(VOD) 글 공지다.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VOD 서비스가 시작하자마자 콘텐츠가 불법 유출된 것이다.

지난해 3월 누누티비 공론화로 정부와 방송업계가 콘텐츠 불법 유통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불법 사이트는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OTT 구독료 인상과 함께 국내 프로스포츠 인기도 1위인 프로야구(KBO)가 다음 달 본격적으로 모바일 유료 중계에 들어가면서 영화·드라마뿐만 아니라 스포츠 생중계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시청하려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하는 게 최선책이지만 현재까지 용의자가 누구인지, 검거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콘텐츠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속수무책으로 유통되면서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파묘'·'동조자'·'눈물의여왕'이 무료?"…한 사이트는 지난달 360만회 접속

뉴시스

[서울=뉴시스] 한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인기 영화 '파묘'와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쇼군', HBO 드라마 '동조자' 등이 게재돼 있었다. 영상 게시글에는 댓글도 달 수 있는데 한 인기 드라마 게시글에는 "'○○위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뿐만 아니라 "크롬캐스트 지원은 언제 되나요?" 등 마치 정식 사업자한테 기술지원을 문의하는 댓글도 달렸다. (사진='○○위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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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웹 트래픽 측정기관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불법 사이트 '○○위키'를 경유하는 웹사이트 접속 건수가 360만회에 달했다. 여전히 불법으로 유통된 콘텐츠를 시청하는 이용자가 있다는 뜻이다.

이 사이트에는 인기 영화 '파묘'와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쇼군', HBO 드라마 '동조자' 등이 게재돼 있었다. 영상에는 댓글도 달 수 있는데 한 인기 드라마의 경우 "'○○위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뿐만 아니라 "크롬캐스트 지원은 언제 되나요?" 등 마치 정식 사업자한테 기술지원을 문의하는 댓글도 달렸다.

불법 사이트를 찾는 이용자가 여전한 데는 OTT 구독료 인상이 한몫했다. 티빙,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OTT 구독료가 인상되면서 디지털 물가 부담에 못 이긴 소비자들이 불법 사이트로 눈을 돌린 것이다.

대표적으로 KBO 리그를 온라인 독점 중계하는 티빙은 지난해 12월 월 구독료를 20% 인상했으며 다음 달부터 유료 중계를 시작한다. 그동안 티빙 이용권을 결제하지 않아도 회원가입만 하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월 5500원(광고 요금제) 이상 요금제에 구독해야 KBO 리그를 시청할 수 있다.

이에 돈 내고 프로야구를 봐야 한다는 데 불만인 일부 야구팬이 커뮤니티에 스포츠 중계 불법 사이트명이나 URL을 공유하며 불법 사이트로의 시청을 유도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스포츠 생중계 콘텐츠를 제공하며 스포츠도박 등으로 광고 수익을 얻는다. 티빙 입장에서는 연간 450억원을 들여 중계권을 샀더니 다른 사람이 수익을 채가는 셈이다.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에 게재된 도박 광고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지난해 3월 박완주 의원은 불법 사이트 '누누티비'가 사이트 운영에 따른 수익으로 최소 333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당시 광고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배너 클릭 광고의 평균단가가 1회 클릭 시 400원 수준임을 고려한 수치다.

콘텐츠를 무단으로 탈취하고 수익을 꾀하면서 OTT, 방송사 등은 이용자·시청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OTT, 방송사 등으로 구성된 영상저작권협의체는 누누티비의 불법 스트리밍으로 인한 저작권 피해가 약 5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는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 접속 차단을 강화했지만 불법 사이트는 온전히 운영되고 있다. 원본 서버를 해외에 둔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사이트는 국내에 캐시서버(복사된 서버)를 두며 우회 접속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사이트가 차단돼도 원본 서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사업자는 바뀐 인터넷 주소(URL)만 만들어 제공하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하려는 사람을 탓할 수 없다. 콘텐츠를 불법으로 제공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운영자를 검거하는 게 콘텐츠 불법 유통을 막을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특별사법경찰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수사가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누누티비 운영자를 검거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영화·드라마에 스포츠까지…제2·제3누누티비, 7월부터는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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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 민·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7.31.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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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7월에 시행된다. 이번에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개정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할 경우 접속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CDN 사업자 중 정보통신서비스 부문 매출액이 10억원 이상인 자는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내부 지침과 불법정보에 대한 상시적 신고 접수와 처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이 개정되면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 사각지대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이 개정되더라도 모든 불법 사이트가 차단될 수 없는 만큼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차단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법 시행으로) 지금보다 효율적인 차단이 가능해지겠지만 얼마나 실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는 시행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방송사업자, OTT 사업자 등 국내 저작권 권리사 30여곳과 함께 저작권 관련 사업자 협력회의를 열고 저작권 침해 신고 절차 간소화를 약속했다. 저작권 침해 사실 확인 후 시정요구까지 걸린 시간이 15일에서 5일 정도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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