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총선 참패 후 '친윤-비윤 균형론'…여당이 위험하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 사령탑 '나-이 연대'설 모락모락

나경원 일축했지만 당 갈등 '불씨'

윤 대통령 '당 장악 의지' 분석도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총선 참패 후 여당 당권을 누가 쥘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주요 국면마다 친윤-비윤으로 갈려 균형적인 당정관계 설정에 실패해 온 여당이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국민의 '정권심판' 예고를 무시했다가 총선에서까지 참패했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 이후 강력한 당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는 '나(나경원)-이(이철규) 연대설'이 그래서 더 주목된다.

아이뉴스24

나경원, 권영세 국회의원 당선인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당선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달 3일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맞춰 여권에서는 '친윤' 이철규 원내대표설'이 최근 급부상했다. 총선에서 낙승을 거둔 야권이 22대 국회에서 '대여 강공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대통령과 소통이 잘 되는 인물이 원내 사령탑을 맡아야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총선 기간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지난 23일과 24일 영입인재 당선인들과 비공개 오찬을 하며 보폭을 넓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자리에서 당선인들을 격려함과 동시에 희망 상임위를 물으며 향후 의정활동에 대한 조언 등을 했다고 한다. '세 규합'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의 이른 행보와 더불어, 여기에 제동을 거는 중진도 마땅히 나서지 않으면서 당 내서는 '이대로라면 이 의원의 원내대표행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 3040 낙선자 모임 '첫목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자들이 영남, 친윤들이 많은데 이분들이 똘똘 뭉치면 자연스럽게 이 의원이 될 거라는 현실적 상황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경원 당선인이 당대표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친윤' 원내대표가 오면 당대표는 비교적 친윤 색채가 덜한 인물이 맡아 균형을 꾀해 '도로 친윤당' 색깔을 빼면 된다는 논리가 따라붙었다.

지난해 3월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 재임 중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던 나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에서 해임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부위원장이 국정기조와 맞지 않는 정책을 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으나, 여권에서는 당시 사실상 친윤 단일후보로 낙점된 김기현 전 대표와 나 당선인이 맞서는 모양새가 되자 윤 대통령이 결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수많은 비친윤 중 특히 나 당선인이 이 의원과 연대설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은 이 의원이 최근 윤 대통령과 나 당선인 간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보도도 나오면서다. 다만 나 당선인은 이 연대설에 대해 지난 25일 CBS 라디오에 나와 "이건(나-이 연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지금도 당대표를 내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다만 당이 앞으로 어떻게 돼야 하느냐는 정말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나 당선인이 일축했지만, 당 내에서는 곧장 나-이연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3선 조해진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겨냥해 "정권심판을 초래한 대통령 심복이 반성과 자숙은커녕 당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대통령의 인식이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신호를 국민에게 보내주고 있는 것"이라며 "상식 이하의 이런 기이한 행태가 당내에서 버젓이 통용되는 것은, 정권심판은 패자들의 몫이고, 당은 승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했다.

원외 조직위원장 대표단을 맡고 있는 김종혁 조직부총장도 2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당의 문제는 경험과 협상력 부족이 아니라 국민적 실망이 더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뉴스24

이철규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계파색이 뚜렷치 않은 한 중진 의원도 이와 관련해 26일 통화에서 "친윤-비윤을 떠나서, 이번 총선 패배에 지분을 가진 사람들은 다시 나서면 안 된다"고 나-이 연대설 현실화에 선을 그었다.

당사자(나 당선인)가 나서서 출마설을 일축하고 있고, 특히 친윤 색채가 워낙 강한 이 의원 특성상, 당 내 '쇄신 요구'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나-이 연대설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 당이 살려면 남아있는 '불씨' 마저도 완전히 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계속 나-이 연대설과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은 윤 대통령의 뜻이다. 당 내 장악력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며 "총선 결과를 보면 친윤 색채가 있는 사람을 당에서 아예 원천 배제시키고 후보군을 논해도 모자를 판에, 자꾸 이런 이름이 거론되는 건 대통령-당 모두 자멸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