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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525년의 세월을 걷다…대구 사유원에서 찾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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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나무 4그루로 시작한 산지 정원 '사유원'

팔공산 절경에 차 한 잔…자연 속 내면 찾는 '치유관광지'

뉴스1

사유원에서 바라본 대구 팔공산 자락. ⓒ 뉴스1 김형준 기자


(대구=뉴스1) 김형준 기자 = 모과나무 4그루로 시작해 울창한 '산지 정원'을 이룬 곳이 있다. 대구의 사유원이다. 사유원은 팔공산 자락에 안긴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다. 숲이자 수목원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정원이기도 하다.

사유원의 정확한 위치는 지난해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군이다. 동대구역에서 차로 1시간여. 도심과 멀리 떨어진 만큼 바람과 자연의 소리에 온전히 자신을 맡길 수 있다.

'사유원'이라는 이름은 국보 제83호인 반가사유상에서 따왔다. 자연 속에서 내면을 마주하는 사유의 세계를 지향한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의 삶에 지쳤다면, 사유원에서 녹음을 만끽하며 '진정한 쉼'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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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령 525년의 모과나무들이 모여 있는 사유원 풍설기천년의 모습. ⓒ 뉴스1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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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 풍설기천년에 심긴 모과나무의 모습. ⓒ News1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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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년의 바람 견뎌온 모과나무들

사유원 중턱에 위치한 '풍설기천년'은 사유원의 메인 공간이다. 야트막한 언덕 위로 108그루의 모과나무들이 얼기설기 심겨 있다.

사유원 모과나무들의 평균 수령은 525년에 달한다. 풍설기천년이라는 공간의 이름에도 반 천년의 세월 동안 바람과 서리, 인간의 욕망을 견뎌왔다는 뜻을 담았다.

1989년, TC태창의 유재성 전 회장은 직원으로부터 300년 수령의 모과나무가 일본으로 반출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산항으로 달려갔다. 컨테이너에 실린 모과나무를 본 유 회장은 2000만 원을 주고 출항을 막았다. 이렇게 지킨 모과나무 4그루가 사유원의 시작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모과나무의 수령은 654년. 풍설기천년 군데군데 놓인 바위에 앉아 반 천년을 살아온 나무들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명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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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자락을 감상할 수 있는 사유원 현암 티 하우스. ⓒ News1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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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가야금 연주자가 현암 티 하우스에서 '고향의 봄'을 선보이고 있다. ⓒ News1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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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자락이 한눈에…가야금 선율과 함께하는 여유 한 잔

찻집으로 운영되는 '현암'에 오르면 팔공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만 도와준다면 팔공산 정상 비로봉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현암은 이러한 풍경을 벗 삼아 차를 마실 수 있는 '티 하우스'다. 지하로 들어서는 것 같은 어두운 입구를 통과하면 통창으로 쏟아지는 녹음을 만날 수 있다.

천둥당귀, 쌍화차 등 사유원이 만든 차를 마시며 잠시 눈을 감아보는 것도 좋다. 현암에서 들려주는 싱잉볼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도시에서의 근심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유원 소속 최은희 가야금 연주자는 티 하우스 방문객들을 위해 팔공산 풍경과 걸맞은 음악을 선사한다. 최 연주자의 25현 가야금 소리는 명상의 깊이를 더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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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 꼭대기에 위치한 '명정'의 모습.


◇가장 높은 곳 오르면…'전망 없는' 전망대

대부분의 관광지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위치한다. 사유원도 그렇다. 유 전 회장은 승효상 건축가에게 가장 높은 곳에서 사유원을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유원의 전망대 '명정'에서는 사유원 전경을 관람할 수 없다. 오히려 좁은 통로와 어둠, 벽 사이로 내려오는 빛이 방문자들을 기다린다.

명정에는 사유원 꼭대기까지 올라오는 길에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이미 많이 봤으니 이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라는 승효상 건축가의 뜻이 담겼다. 건물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내면으로의 성찰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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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시자가 건축한 사유원 '소요헌' 내부. ⓒ News1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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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 '소대'에서 바라본 소요헌의 모습. ⓒ News1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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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에서 만나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도 사유원에 자리 잡고 있다. '소요헌'과 '소대'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 앞에 서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Y자로 설계된 소요헌 도면은 시자의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었다. 당초 전쟁의 비극을 표현한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 상설 전시를 위해 스케치 해뒀던 건축물이다. 사유원 측은 한국전쟁 당시 마지막 방어선이었던 군위 지역의 상처가 게르니카의 고통과 유사하다고 시자를 설득한 끝에 작품을 유치했다.

소요헌을 통과해 내리막을 걸으면 소대를 만나게 된다. 소대는 자신의 건축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겠다는 시자의 요청으로 지어졌다. 팔공산 쪽으로 15도 기울어진 소대에 오르면 소요헌과 팔공산, 창평저수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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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 카페 '가가빈빈'의 모습. 가가빈빈에서는 풍설기천년에서 채취한 모과로 만든 차를 판매한다. ⓒ News1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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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가 엄선한 제철 음식…'풍설기천년' 한 모금

사유원에는 외부 음식을 반입할 수 없다. 음주도 엄격히 금지된다. 사유원을 찾았다면 고요한 연못뷰 레스토랑 '사담'에서의 한끼 식사를 권한다.

사담에서는 수프와 샐러드, 스테이크, 디저트 등으로 구성된 양식 정찬을 즐길 수 있다. 최상영 사담 셰프는 제철 특산품을 활용해 한 달에 1번 메뉴를 바꾼다. 한식 메뉴도 따로 운영하며 사담 식사권을 포함한 입장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

명정 인근에 있는 카페 '가가빈빈'에서 목을 축이는 것도 추천한다. 가가빈빈에서 판매하는 모과차는 풍설기천년의 모과나무에서 직접 채취한 모과로 담은 차다. 사유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모과차임 셈이다.

이처럼 명상, 다도, 삼림욕, 자연치유까지 한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사유원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힐링·명상 테마 '우수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됐다. 최근 사유원은 인기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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