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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식탐 결정되는 나이 있다" 이거 몰라 비만 아이 만든다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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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식습관 바로잡기

과하게 먹으면 성인병 나타날 수도

식욕부진 땐 원인 다각도로 찾아야

전문가 식이 지도 받는 것도 도움 돼

성장기엔 균형 잡힌 식사로 신체 발달과 정서 안정에 필요한 영양을 고루 얻어야 건강하게 클 수 있다. 식욕이 넘쳐 과하게 먹으면 살이 찌고 성숙이 빨라져 비만·성조숙증을 유발한다. 반대로 식욕이 없거나 편식이 심하면 체중이 줄고 성장 발달이 더딘 양상을 보인다. 모두 성인기 건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어린이날(5월 5일)을 앞두고 먹는 습관에 따라 자녀 건강을 현명하게 챙기는 방법을 정리했다.

식욕 넘치는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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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기에 식욕이 넘쳐 과하게 먹으면 체중이 불어나 비만해지기 쉽다. 특히 어린이 입맛에 당기는 탄수화물·지방 위주의 식사와 간식을 자주 먹으면 몸 안에 체지방이 지나치게 쌓여 지방간·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 같은 성인병이 어린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 비해 2021년 비만 유병률은 남아 10.4%에서 25.9%, 여아 8.8%에서 12.3%로 크게 늘었다. 단순히 살찌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비만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성적인 성숙이 빨라져 성조숙증을 초래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초경을 시작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성장이 일찍 끝나 최종 키가 작아지는 문제를 겪는다.

어린이의 경우 성별·나이를 기준으로 체질량지수 백분위 수가 85~94.9는 과체중, 95 이상은 비만에 해당하므로 주의한다. 눈으로 봤을 땐 ▶또래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고 키가 크며 ▶여아는 둔부, 남아는 몸통이 퉁퉁해지고 ▶유선에 지방이 쌓여 유방이 커진다. ▶배나 허벅지 부분에 백색 또는 자색 줄무늬가 나타나거나 ▶목주름·겨드랑이·사타구니 주름이 검게 착색됐다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단 신호다.

성장기라는 점을 고려해 체중을 급격히 줄이기보다 더 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식습관 교정으로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정상화하고 비만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총칼로리 섭취를 줄이되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섭취 비율을 50%, 20%, 30% 수준으로 맞춰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한다. 그러려면 끼니별로 곡류, 고기·생선·달걀·콩류, 채소류, 과일류, 우유·유제품류를 가능한 한 균등하게 배분하고 질 좋은 영양소 급원 식품을 활용해야 한다.

어떻게 먹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과식·폭식을 방지하기 위해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방과 후부터 자기 전까지 과식하는 습관을 없앤다.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맞추고 한 번 먹을 때 최소 20분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먹도록 유도한다. 식사·간식 섭취는 식탁에서만 이뤄지게 하고 음식을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둔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은 가족의 식생활 패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아이 또한 변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한다.

연령별로 보면 3~5세 유아는 섭취 식품이나 조리법의 종류가 점차 늘어나는 시기다. 이때 편식하는 식품이 생기고 친숙한 음식을 좋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선호 식품과 비선호 식품을 고려해 식단을 구성함으로써 편식 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카레에 버섯을 잘게 썰어 넣거나 메추리알 장조림에 콩나물무침을 곁들이는 식으로 고루 먹을 수 있는 식단을 짠다.

국민건강영양조사의 다빈도 식품 분석 결과, 6~11세를 기점으로 치킨·라면·돈가스·피자·탄산음료·아이스크림 섭취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고지방·고나트륨 음식 섭취를 줄이고 섭취 빈도가 높은 식재료에 지방·나트륨이 적은 조리법을 활용하면 도움된다. 12~18세의 경우 잡곡밥·쌀밥과 함께 라면이 3대 주식으로 꼽히고 단순 당 함량이 높은 간식을 자주 먹는다. 고염·고지방 식품은 청소년기 균형적인 식생활을 저해하는 요인이므로 섭취 빈도를 줄이고 간식으로 과일류나 우유·유제품류를 활용한다.

식욕 없는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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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욕구가 떨어지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밥을 잘 안 먹거나 고루 먹지 않으면 영양 상태가 불균형해져 성장·두뇌 발달에 해가 될 수 있다. 지금껏 잘 먹던 아이가 어느 때부터 식욕이 없어지기 시작했다면 원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발열이나 감기, 입병, 위장계 이상, 요로감염처럼 몸이 아픈 경우가 대표적이다. 만성적인 빈혈, 변비, 결핵 혹은 간 기능에 이상이 있어도 식욕이 줄 수 있다. 이땐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식욕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특별한 동반 질환 없이 음식을 잘 먹지 않는 경우다. 이때도 원인을 찾아야 한다. 대개

▶다양한 맛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할 때 ▶식사 환경이 산만할 때 ▶부모나 가족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을 때 ▶아이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이려고 할 때 식욕이 줄거나 없어지기 쉽다. 기본적으로 생후 6개월까진 체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다 이후부터 둔화한다. 이 과정에서 먹는 양이 자연히 줄 수 있고 개인차가 있단 사실을 부모가 인식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 약은 공복감이다. 활동하는 아이가 배가 고프면 자연스럽게 먹을 것을 찾게 된다. 아이가 공복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시간을 부모가 참지 못하고 억지로 식사하게 하거나 간식을 내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식사 시간 역시 필요 이상으로 길게 가질 필요가 없다. 30분 이내로 줄이고 잘 먹을 땐 칭찬해 줘 식사가 즐거운 활동이란 점을 상기시킨다. 반대로 30분 안에 식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음식을 치우고 스스로 음식을 찾을 때까지 기다린다. 공복감을 위해 다음 식사 때까진 물 이외의 간식은 주지 않는다. 식사 유인책으로 단맛 나는 간식을 주거나 미디어·책·장난감을 이용하는 건 피한다.

부모의 일관된 행동도 필요하다. 적어도 스스로 먹을 수 있는 나이인 5세 이후부턴 식탁에 앉아 정해진 시간에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식사 예절을 익히게 한다. 또한 정해진 만큼 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가 끝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인지시킨다. 그래야 아이는 ‘아무리 울고 떼를 써도 안 되는구나’를 인식해 행동이 조금씩 변한다. 먹고 나서 속이 안 좋거나 불편했던 경험이 있는 아이라면 소화·흡수가 용이한 음식을 준비해 주는 게 좋다. 푹 삶은 닭죽이나 생선 살, 달걀찜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먹게 하고 서서히 양을 늘려 나간다.

낯설거나 새로운 것에 느끼는 공포를 뜻하는 네오포비아가 음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음식 네오포비아는 생후 6~7개월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만 2~7세에 최고조에 이른다. 이 나이대 새로운 음식에 대한 편식이 심한 건 이 때문이다. 초기 청소년기로 가면서 다양한 음식에 친숙해지면 음식 네오포비아도 서서히 줄어든다. 따라서 새로운 음식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아이가 선호하는 색과 크기, 질감에 맞춰 조리하고 가족이 해당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 아이가 호감을 갖도록 돕는다.

체중이 줄지 않고 성장 속도가 평균 범위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성장이 남들보다 더디면 소량으로라도 고칼로리 식이를 하는 게 좋다. 전문가의 식이 지도를 받거나 식습관 개선과 함께 멀티비타민, 미네랄 보충제를 먹으면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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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김주영 대전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 참고 자료=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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