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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늦게 출시하고 비싸고…" 애플은 정말 한국 홀대하나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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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 한국 아이폰 이용자의 애플을 향한 '충성심'은 엄청납니다. 웬만하면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주변기기를 애플 제품만 사용하는 이들도 숱합니다. 그 덕분인지 지난 몇년간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은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 그런데 애플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신제품 출시일은 매번 늦고,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비쌉니다. 애플이 왜 이러는 걸까요? 한편에서 흘러나오는 '애플의 한국 홀대론'은 사실일까요? 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아이폰 짝사랑과 홀대론'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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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폰 이용자들의 애플 사랑은 각별하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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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은 삼성전자의 '텃밭'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73.0%로 업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격전을 벌이는 애플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5.0%로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기를 못 펴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애플 제품을 꾸준히 이용하는 '애플 마니아'가 적지 않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젊은층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통계입니다.

한국갤럽이 매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8~29세의 아이폰 이용률은 2022년 52.0%에서 지난해 65.0%로 13.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갤럭시 이용률이 44.0%에서 32.0%로 12.0%포인트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갤럭시의 점유율을 아이폰이 잠식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소비자들도 아이폰 마니아가 늘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듯합니다. 최근 구형 아이폰을 최신 아이폰으로 교체한 대학생 김은하(22)씨는 "아이폰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면서 "내게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부모님에게 '아이폰이 아니면 안 쓰겠다'며 떼를 쓰는 걸 본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만의 경험은 아닙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아이폰을 쓰지 않는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며 속상해 하는 부모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이 교우 관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파급력을 가졌다는 겁니다. 뒤집어 말하면, 젊은 세대가 그만큼 아이폰에 열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다만, 한국 소비자의 이같은 '아이폰 사랑'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란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애플이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마니아들이야 "그게 무슨 대수냐"며 쏴붙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대하는 글로벌 기업의 태도는 중요한 가치니까요. 애플의 '한국 홀대'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하나씩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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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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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➊ 출시일 = 첫째 사례로는 '1차 출시국' 배제입니다. 애플은 단 한번도 한국을 '아이폰 1차 출시국'에 넣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는 40여 개국에 달하는 1차 출시국보다 짧게는 3주, 길게는 한달을 기다려야 신제품을 만날 수 있었죠.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한 아이폰15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애플은 미국·영국·중국 등 1차 출시국으로 선정한 40개국에선 9월 22일 판매를 시작했지만, 한국은 3주 늦은 10월 13일에야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 차별➋ 매장 = 한국에 둥지를 틀고 있는 '애플 스토어'도 문제입니다. 수도 적지만, 수도권 편중이 심합니다. 한국 애플 스토어 매장은 서울 가로수길·잠실·명동·홍대·강남·여의도 6개, 경기 하남 1개 등 총 7개가 있습니다. 2018년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서울에서만 매장을 오픈하다 지난해 12월 경기 하남 스타필드에 애플 스토어를 론칭했습니다.

애플 입장에서 보면 전체 인구(5132만명·이하 2023년 기준)의 5분의 1(938만6034명)이 몰려 있는 서울 주변에 매장을 여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주변국의 매장 분포와 비교하면 '한국에만 신경을 덜 쓴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일본을 예로 들어볼까요? 수도인 도쿄(5개) 외에 교토·오사카 등 총 5개 지역에는 애플 스토어를 각각 1개씩 열었습니다. 매장 수는 총 10개로 한국보다 3개 많습니다. 영국엔 40개에 이르는 애플 스토어가 전국 26개 도시에 퍼져 있습니다. 아이폰의 영국 시장점유율은 52.8%(스태티스타·2023년 기준)로 한국보다 2배 높긴 합니다만, 매장 수에선 7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 차별➌ 가격 = 물론 신제품 출시일이 늦거나 매장 수가 적은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아이폰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있는 건 문제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15를 출시했을 때를 생각해 보죠.

당시 애플은 128GB 모델의 미국 가격을 799달러, 한국 가격을 125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당시 환율(달러당 1327.8원)을 적용하면 미국은 106만1000원으로, 한국 가격이 17.8% 더 높습니다. 미국에선 3~9%의 판매세(Sales tax)가 붙는다는 걸 감안해도 한국이 비싼 건 변하지 않습니다.

고급 모델로 가면 가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가장 비싼 아이폰15 프로맥스의 경우, 한국이 190만원으로 미국(1199달러·세후 약 173만5280원)보다 9.4% 더 비쌉니다. 중국·일본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아이폰15(128GB) 가격은 12만4800엔(약 112만5000원), 중국은 5999위안(약 109만원)으로 한국(125만원)보다 12만5000~14만원 더 저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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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인지 국내 아이폰 이용자는 다른 브랜드 이용자보다 통신비를 더 많이 내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18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는 매월 평균 5만3100원씩 통신비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4만8800원, 그 외 브랜드는 3만9000원입니다. 기기 할부금도 아이폰 이용자가 월평균 1만3600원으로 삼성전자(8700원), 기타 브랜드(4800원)보다 많았습니다. 한국 통신비에 기기 할부금이 포함되는 구조인 만큼, 비싼 아이폰 할부금이 월평균 통신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고급모델일수록 비싸

어디 이뿐인가요. 배터리 교체 비용 등 수리비도 최근 급격히 올랐습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앱 개발사 등 기업들도 애플에 쩔쩔맵니다. 애플이 유럽 국가들엔 앱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을 낮춰줬는데, 한국에는 여전히 비싼 수수료율을 고수하고 있어서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 문제는 '아이폰 짝사랑과 홀대론' 2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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