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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치킨은 미국에, 종업원은 필리핀에" 한국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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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치킨은 뉴욕에, 계산원은 필리핀에"

뉴욕 식당에 필리핀 원격근무 종업원 등장

계산 뿐만 아니라 손님 응대, 메뉴 추천도

인건비 5분의 1로 절감, 앞으로 늘어날 듯

비슷한 시도 있던 캐나다, 역풍 크게 불어

'자국민 고용하라' '업종 전체 불이익' 여론

빨라지는 기술 발전, 국경 초월한 규제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싹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립니다. 여행은 걸어서, 외신은 앉아서. '앉아서 세계 속으로' 시간입니다. 박수정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박수정,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어떤 소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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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식당은 뉴욕에 종업원은 필리핀에' 입니다. 이게 뉴욕의 일부 식당에서 유행하는 근무 형태이자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닥칠 수 있는 요식업의 새로운 트렌드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미국의 유명 스타트업 창업가인 브렛 골드스타인이 자신의 SNS 계정에 한 사진을 올리면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2천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그가 직접 뉴욕의 한 치킨 가게를 찾아서 계산대 모습을 찍어 올린 건데요. 이런 글을 함께 남겼습니다. '미쳤다. 계산원은 필리핀에서 뉴욕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 채선아> 계산대에 원래 사람이 서 있어야 할 곳에 모니터가 있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데, 이 사람이 필리핀 사람이라는 거죠?

◆ 박수정> 맞아요. 실제로 이 계산원 직원은 뉴욕에서 10,000km 이상 떨어진 필리핀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해당 계정에 올라온 이 가게뿐만 아니라 요즘 뉴욕 시내의 몇몇 가게들에서 이렇게 필리핀 같은 다른 나라에서 원격으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에서 이런 현상을 지난주에 보도했는데요. 그 기사의 헤드라인이 '치킨은 뉴욕에 있고, 계산원은 필리핀에 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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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치킨집뿐만 아니고요. 이 근처에 다른 식당들에서도 이런 형태로 이른바 '버추얼 캐셔', 한국어로 하면 '가상 계산원'이 있는 곳들을 찾아볼 수가 있는데요. 이분들이 다 필리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계산원들이라고 합니다.

◆ 조석영> 필리핀이면 시차가 뉴욕이랑 꽤 날 텐데요?

◆ 박수정> 저 지역 기준으로 12시간 시차가 난다고 하니까, 식당들이 가장 바쁜 뉴욕의 점심시간은 필리핀 기준으로 밤 12시인거죠. 필리핀 계산원들은 그 시간에 가장 바쁘게 일을 하게 되는 셈이고요. 멀리 떨어져서 근무하긴 하지만 일식 컨셉의 식당에서는 해당 직원이 복장을 일식 콘셉트에 맞는 걸 갖춰 입고 있고요. 화면 배경도 가게와 어울리는 가상 배경을 띄워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상 계산원은 단순히 계산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종업원이 하는 역할을 다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디 앉으세요. 몇 분이세요?' 이런 응대도 해주고요. 메뉴를 추천해 달라 그러면 추천해 주기도 하고요. 또 손님이 없을 때는 본인의 자리에서 배달 주문을 온라인으로 받는 역할도 하고 식당 리뷰를 관리하는 업무도 한다고 합니다. 필리핀 현지에서 충실하게 재택근무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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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왜 이렇게 하는 건가요?

◆ 박수정> 이유는 돈입니다. 뉴욕시의 높은 최저임금이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인데요. 법적으로 뉴욕에서 근무하지 않으면 해당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런 지금 나오게 된 거예요. 뉴욕의 최저시급은 한화로 2만 2천 원 정도 되고요. 현지 돈으로 16달러 정도가 되는데요. 필리핀에서 화상으로 일을 하게 되면 공식적으로는 뉴욕에서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필리핀에서 일하기 때문에 시급 3달러, 한화로 4천 원 정도의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고 합니다. 5분의 1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인 거죠.

이분들이 '해피 캐셔'라는 이 가상 종업원 업체에 소속이 되어 있대요. 이 업체에서 파견을 보내는 방식인데 아직은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홈페이지가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있을 정도로 작은 회사입니다. 이게 너무 유명해지면서 지금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면서 해당 창업자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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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이 회사를 설립한 34세 치장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뉴욕에서만 100여 개의 식당에서 이용할 거라고 문의를 한 상황이라서 앞으로 많이 퍼지지 않을까 예측되고 있어요. 본인이 뉴욕에서 중식당을 운영했는데 임대료도 너무 올라가고 물가도 지금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아주 심각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인건비가 너무 부담이 돼서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콜센터 같은 곳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비슷한 모델로 온라인 종업원들을 한번 파견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창업하게 된 거죠.

◆ 조석영>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 같아요.

◆ 박수정> 뉴욕타임스에서도 이 서비스로 인해서 생겨날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에 이미 요식업 종업원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더 많은 현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첫 번째 지적인데요. 사실 비슷한 사례가 캐나다에서 이미 2022년에 있었습니다. 캐나다에 굉장히 큰 기업 프랜차이즈 식품업체 프레시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니카라과의 노동자들을 가상 종업원으로 고용했습니다. 얼마나 전격적으로 고용을 했냐면 아예 계산기에 작은 모니터를 하나씩 다 달아서 제작을 직접 했고요. 여기에 펄시(Percy)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최저임금이 캐나다 달러로 15불이거든요. 근데 이 가상 종업원들에게는 3.75불 정도를 줬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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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그런데 현지 반응이 정말 처참했습니다. 큰 역풍을 맞은 건데요.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기술노동부 장관은 이에 대해 성명을 내기도 했어요. 이 프레시라는 식당 체인이 북미에만 343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거든요. '이런 기업이 이런 처사를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장관이 비판했고요. 고객들이 직접 응징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들의 발로 투표할 것'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다시 말해 고객들이 방문을 안 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그런 불매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캐나다 누리꾼들은 '이런 곳에서 소비하지 말아라, 캐나다에서 사업을 하려면 캐나다인을 고용해라' 이런 반응을 보였고요. '캐나다인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면 누가 그 가게에 가서 사 먹겠느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또 '이런 편법을 이용하는 업체들에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도 옳지 못하고 시민으로서 이런 일자리가 해외에서 아웃소싱 된다는 거 굉장히 혐오스럽다'는 비판도 있었고요. 이렇게 역풍을 맞으니까 결과적으로 1년이 지나고 2023년에 프레시가 결국 이 정책을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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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선진국이 저개발 국가 착취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바로 들기도 하고요. 똑같은 논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게 필리핀 가사도우미, 육아도우미를 한국에 고용할 때 최저임금 주지 말자는 얘기를 정치인들이 공공연하게 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되면 돌봄 노동 전체에 대한 임금이 하락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어요.

◆ 박수정> 그 부분을 뉴욕타임스에서도 똑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고용하다 보면 해당 업계 전체의 임금이 떨어질 것이라는 거죠. 애초에 식당 종업원 업종이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로 분류가 되는데 이런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다면 이제 국경을 초월한 어떤 규제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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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정> 요즘 동네 식당이나 카페만 가봐도 분명히 얼마 전까지는 종업원분이 저를 맞아주셨는데 오늘 갔더니 키오스크가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변화를 많이 겪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가상 종업원 모니터가 언제 생길지 모르겠다는 걱정 아닌 걱정을 좀 하게 됩니다.

◇ 채선아> 소문 퍼지면 들어오는 건 금방이거든요. 생길 문제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규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여기까지 외신 전해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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