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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책임 또 인정... "15명에 46억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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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 수용 1년당 8000만원 인정
강제수용 당시 미성년자 고려한 액수
"인간 존엄성 침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국일보

강제수용 당시 부산 형제복지원 모습을 담은 사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인권을 유린당한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1심 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 손승온)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9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배상 규모는 총 46억8,000만 원이다. 청구액 66억 원의 70% 수준이다. 1년 수용에 약 8,000만 원 정도의 배상을 인정한 셈으로, 지난해 말 나온 첫 배상 판결 인정 금액과 비슷하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산에서 운영된 부랑아 수용시설이다. 군사정권 치하에서 국가폭력이 약자를 탄압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기간 시설 안에서 가혹행위와 강제노역은 물론 집단 암매장까지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원고들은 많게는 11년에서 적게는 2주 정도 형제복지원에 수감된 피해자들이었다. 1인당 지급 액수는 300만 원에서 11억 원까지다. 재판부는 "복지국가를 내세우면서도 사회적 약자들을 부랑인으로 구분해 단속을 명분으로 사회에서 격리했다"면서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했으므로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특히 피해자 다수가 강제수용 당시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 재판부는 "원고 대부분이 미성년자로 강제노역, 폭행 등에 시달리며 장기간 수용돼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현재까지도 정신·육체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돼 배상받을 권리가 없어졌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되는 만큼 민법(10년)과 국가재정법(5년)에 따른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2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을 처음 인정했다. 이후 유사 사건을 두고 1심 법원이 줄줄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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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0415320001022)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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