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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재산관리인 없이 北주민 상속소송…대법 "위임보수는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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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재산관리인’ 없이 남한에서 상속재산 소송을 했다면 로펌과 맺은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소송을 맡긴 위임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4일 A 법무법인이 북한 주민인 안모씨 형제를 상대로 낸 보수 약정금 소송을 파기환송했다.

세계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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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 형제는 2012년 3월 남한에서 숨진 B씨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제3자를 통해 A 법무법인과 보수 약정과 위임 약정을 체결하고 국내에서 친생자존부확인 소송,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 등을 제기했다. 법원도 2018년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 항소심에서는 또다른 상속인과 화해를 이루고 196억 원 상당의 상속재산을 분할 받았다.

안씨 형제는 돌연 A 법무법인과 맺은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남북가족특례법에 따라 북한 주민이 남한 내 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경우 재산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 경우 남북가족특례법상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은 상속재산 법률행위는 무효가 된다.

A 로펌은 안씨 형제를 상대로 성공보수를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 2심에서 전부 패했다. 하급심 법원은 성공보수 계약을 ‘상속재산 관련 법률행위’로 봐야 하고, 관리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관리인을 통하지 않았다면 약정은 무효라고 봤다.

이와 함께 맺은 위임 약정의 효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성공보수에 대해선 판단이 같았지만, 위임 약정은 무효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해서 곧바로 이 사건 위임 약정이 무상의 위임 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단지 보수 지급 및 액수에 관해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씨 형제와 A 법무법인 모두 성공보수 약정을 맺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보수를 지급하는 위임 계약만 체결하는 것에는 동의했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례상 변호사에게 사건 처리를 위임하는 경우 명시적 약정이 없더라도 무보수로 하기로 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응분의 보수를 지급할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대법원이 하급심의 일부 판단을 뒤집음에 따라 추후 파기환송심에서 위임 약정에 대한 보수액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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