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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블링컨 “러 지원 계속하면 中기업 100곳 제재” …푸틴 방중 앞둔 시진핑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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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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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만일 러시아에 무기 부품을 계속 제공한다면 중국 기업 100곳 이상을 제재하겠다고 26일 경고했다. 오는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취임식 뒤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역내, 글로벌 위기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이란과 대리인들이 중동에서의 갈등을 확산하는 것을 억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 그리고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끝내고 대화에 참여하도록 압박해달라고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 방위 산업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안보뿐만 아니라 유럽 안보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모두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조처를 하길 바라고 있다. 만약 변화가 없을 경우 취할 조치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100개가 넘는 중국 기관에 제재, 수출 통제 등을 부과했고,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오늘 회의에서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 공영라디오인 NPR과의 인터뷰에서도 “1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에 수출을 통제하는 제재를 취할 수 있다”며 “우리는 완전히 준비된 다른 조치들도 있다. 중국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대중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 측은 즉시 반박했다. 양타오(楊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국장은 이날 밤 기자브리핑을 열고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만든 나라도 당사자도 아니다”라며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도, (미·러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취한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는 안보 목적일 뿐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를 차단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태양광 패널, 전기차, 리튬 배터리와 같은 제품을 세계 수요의 100% 이상 혼자서 생산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일자리와 비즈니스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사이의 '유학생 역조'도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에는 29만 명이 넘는 중국인 학생이 있지만, 중국에서 공부하는 미국인은 10년 전 1만 5000명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900명 미만”이라며 “더 많은 미국인 유학생 유치를 원한다면 사상에 대한 자유롭고 열린 토론,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 여행의 용이성, 안전·보안·개인정보에 대한 보장 등 학습을 번창시킬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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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0개월만에 베이징을 다시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회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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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판 소프트 외교 “음악은 최고 연결고리”



블링컨 장관은 이날 베이징을 떠나기 직전 레코드 매장에 들러 미국과 중국인 가수의 앨범을 샀다. 그는 방중 기간 상하이에서 중국식 만두인 샤오룽바오 식사를 공개하고 농구장을 찾아가는 '소프트파워 외교' 활동을 이어갔다.

출국 직전 베이징 공항 인근의 798 예술단지의 라이파이(萊蒎) LP 매장을 들린 블링컨 장관은 중국 록가수 더우웨이(竇唯)의 앨범 ‘검은 꿈(黑夢)’과 미국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자정(Midnight)’을 샀다. 그는 X에 “음악은 지정학과 관계없는 최고의 연결고리”라고 적었다. AP통신은 “블링컨이 선택한 앨범 타이틀인 ‘자정’과 ‘검은 꿈’은 세계 경제 1·2위 국가의 다루기 힘든 분열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SNS에는 블링컨 장관의 수행원이 현금 대신 휴대전화의 전자지급 시스템인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퍼졌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더우웨이의 1994년 앨범 ‘검은 꿈’에 수록된 대표곡 ‘고급 동물’의 가사가 외교관을 노래한 것처럼 들린다는 글을 올렸다고 홍콩 명보가 28일 보도했다.

한편 미국 측 수행 기자단은 인민대회당 푸젠팅(福建廳)에서블링컨 장관을 기다리는 시 주석의 영상을 비영리 공공방송인 C-SPAN에 공개했다. 영상에서 시 주석은 굳은 표정으로 노란 카펫을 응시하며 혼자 앞뒤 좌우를 배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화권 시사 평론가 차이선쿤(蔡愼坤)은 X(옛 트위터)에 시 주석의 영상을 올리며 “초조하고 불안하며 몹시 피곤한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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