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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사설]尹-李 회담… ‘정치’든 ‘협치’든 서로 경청하고 절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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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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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다. 1시간 남짓 예상되는 차담(茶談)회는 현 정권 출범 후 2년 만에 두 사람이 국정을 논의하는 첫 자리다. 2차례 사전 조율에서 의제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오찬을 겸한 회담이 아닌 차담 형식으로 성사됐다. 꽉 막힌 정치, 팍팍한 민생 등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함께 논의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든 생산적 결과를 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에서 민생 현안을 주로 논의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의정 갈등으로 생긴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이 대표의 의견을 듣고 해법을 찾아볼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위해 13조 원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을 처리할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법이 거론될 수도 있다. 양곡관리법 등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의 재입법을 논의할 뜻도 밝혀왔다.

오늘 회담은 이처럼 명백한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정치, 여야의 정치가 복원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야당 협조가 절대적인 여소야대 국회인데도 지난 2년 동안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담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정치의 부재를 상징한다. 총선 참패로 떠밀린 형국이 되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젠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대로 협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든 협치든 꼭 필요한 건 상호 절제와 존중의 자세다. 여소야대 국회를 경험한 대통령이나, 거듭된 회담 제의에도 응답을 듣지 못했던 이 대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되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때로는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성숙함을 보여줘야 한다. 양쪽의 강경파는 못마땅할 수 있지만 막 첫발을 뗀 오늘 같은 회담은 지속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대선 이후 깊은 앙금을 지니고 있을 테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감정을 앞세울 만큼 여유롭지 않다. 민심을 따르고, 민생을 챙기는 일 이외의 사안은 오늘만큼은 후순위로 미뤄두기를 바란다. 그것이 대통령다운 길이고, 제1당 대표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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