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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고속도로서 보복 위해 17초 정차, 사람 죽었는데 “징역 5년 무겁다” 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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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작년 3월24일 오후 5시10분쯤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북천안IC 인근에서 3중 추돌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천안서북소방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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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17초간 정차하는 방식으로 보복 운전해 사망사고를 낸 30대 운전자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반 교통 방해 치사 및 일반 교통 방해 치상, 특수협박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40)씨는 지난 24일 자신의 법무법인을 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다음 날인 25일엔 A씨 본인이 직접 대전고법에 상고를 제기했다.

앞서 A씨는 작년 3월 24일 오후 5시10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면 상행선 350.1㎞ 지점 5차로에서 주행하던 중 1t(톤) 봉고차 앞에서 약 17초 동안 정차해 사고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4차로에서 주행하던 봉고차가 자신의 앞으로 차선을 변경하자, 추월해 봉고차 앞으로 차로를 급변경한 뒤 정차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일은 금요일 오후로 통행량이 많은 시간대였기에, 뒤따르던 화물차 3대가 급정차한 봉고차를 피하지 못하고 잇따라 추돌했다. 이 뒤를 따라오던 마지막 라보 화물차 운전자는 미처 정차하지 못한 채 앞 화물차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현장에서 숨졌다. 나머지 화물차 운전자들은 전치 2주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사고 후 현장을 떠났다가 뒤늦게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도로에 장애물이 있어 멈췄다고 주장했다.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A씨는 1심과 2심 재판 모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급정차할 경우 충돌사고가 발생해 사상의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일반인도 쉽게 예견할 수 있다”며 “자신의 과실로 과거 7중 연쇄 충돌 사고를 유발한 전력이 있으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A씨 측은 피해자들의 사상까지 예견할 수 없었다며 재판 결과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 역시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들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범행을 자백했으나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판결 선고 전날 사망한 피해자 유족을 위해 2000만원을, 상해 피해자들에게 100만원의 형사 공탁을 했으나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측이 ‘기습 공탁’을 한 점도 꼬집었다. 기습 공탁은 판결 직전 법원에 보상금을 맡기고 선처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가해자는 법원에 피해 회복을 주장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이 사실을 인지해 입장문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반박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 때문에 기습 공탁은 감형을 위한 대표적 꼼수 전략으로 꼽힌다. 재판부는 “기습 공탁의 문제점을 고려하면 이를 감형 이유로 삼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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