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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만화와 웹툰

“재미와 독자만 생각합니다”…日 웹툰 평정한 카카오의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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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 인터뷰]
사용자에 가장 편리한 UI 구축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독자 관심 끌기
아날로그식 추천 시스템도 대성공


매일경제

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카카오픽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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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이라는 게 따로 있나요? 독자가 쓰기 편리한 앱을 만들고 거기에 좋은 콘텐츠를 가져다 놓은 것뿐입니다.”

‘망가(만화의 일본 단어)’ 선진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 전자만화(웹툰 등을 포함한 서비스) 분야는 한국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네이버의 소셜네트워크플랫폼(SNS)인 라인에서 서비스하는 라인망가와 카카오의 카카오픽코마가 그 주인공이다.

라인망가가 2013년 서비스를 시작했고, 카카오픽코마는 3년 늦게 진출했지만 지금은 두 회사가 업계를 이끌고 있다. 특히 카카오픽코마의 경우 지난 2020년 7월부터 업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창립 7년 만에 연간 거래액이 처음으로 1000억엔(약 9000억원)을 돌파했다. 경쟁사인 라인망가나 메챠코믹, 코믹시모아 등이 밟아보지 못한 길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시장을 이끄는 존재가 된 카카오픽코마. 그 비결을 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에게 들어봤다.

“딴 데는 무료인데 너희만 왜?”
좋은 콘텐츠로 상황 반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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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카카오픽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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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픽코마 사무실은 최근 일본 도쿄에서 가장 핫한 아자부다이힐스의 JP모리타워에 있다. 25층에 있는 김 대표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넓은 유리창 너머로 도쿄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6년 4월 카카오픽코마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전자만화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이 100여 개나 될 정도로 시장이 혼란스러웠어요. 무료 서비스를 하는 곳도 많았는데, 저희는 시작부터 유료를 고집했습니다.”

유료화는 초기에 서비스 이용자들의 저항을 가져왔다. ‘다른 곳은 무료인데 왜 여기서는 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속출했다.

김 대표는 “이용자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좋은 콘텐츠를 헐값에 내놓고 싶지 않았다”며 “다행히 콘텐츠에 돈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본 사람들의 정서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카카오웹툰이 선보인 ‘기다무(기다리면 무료)’처럼 ‘기다리면 0엔’ 서비스도 유료화 정착에 힘을 보탰다. 돈을 내더라도 빨리 보고 싶은 사람과 24시간을 기다려 무료로 천천히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이다.

선발 메챠코믹·라인망가 등 제치고
작년 연간 매출 1000억엔 첫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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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픽코마 로고


서비스 초기에 시작한 작품은 모두 80여 개. 단행본을 전자책(e-PUB) 형태로 만든 일본 만화 70여 점과 한국 웹툰 번역본 10여 개가 시작이었다. 지금 16만개가 넘는 작품이 앱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초라한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출판사는 만화책 한 권을 통째로 서비스하기를 원했고 우리는 전체가 아닌 한 회씩 서비스하는 방식을 고수했다”며 “카카오의 서비스 방식을 이해 못 하는 출판사를 설득해 작품을 받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픽코마가 회차 방식을 고집한 것은 웹툰을 ‘스낵 컬처’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특정 만화를 고집해서 열심히 보는 방식이 아니라 ‘심심한데 웹툰이나 볼까’를 우리는 의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픽코마의 경쟁사는 유사 웹툰 앱이 아니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되어버렸다. 이들 또한 사용자들이 ‘심심할 때 이거나’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카카오픽코마는 2016년 4월 앱을 선보였지만 초기 3개월간은 1만명 사용, 8만엔 매출에 그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점차 콘텐츠를 늘려가자 팬데믹 직전에는 하루 사용자가 22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후 팬데믹이 터지면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하루 이용자 400만명, 하루 매출 2억3000만엔으로 증가했다.

김 대표는 “팬데믹 기간동안 라인망가나 메차코믹 등도 30~40% 성장했지만 우리는 거의 3배에 가까운 180%의 성장을 기록했다”며 “운 좋게도 팬데믹 직전에 하루 1개씩 신작을 론칭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준비했었는데 이 도움을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잘 만든 콘텐츠·시스템에
소비자 기꺼이 지갑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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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픽코마 앱 초기화면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일본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지출한 앱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쟁쟁한 게임 앱들을 모두 제친 성적표다. 전 세계로 확장해도 틱톡이나 유튜브 등에 이어 15위다.

김 대표는 “틱톡이나 유튜브 등 우리를 앞서는 앱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지만 우리는 일본 한 국가에서만 거둔 성과”라며 “게임 앱을 제외할 경우 7위에 달할 정도로 카카오픽코마에 대한 이용자들의 충성도는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 만화시장 규모는 종이만화와 웹툰 등을 모두 합쳐 6937억엔에 달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6조3000억원에 달하는 숫자다. 이 가운데 웹툰을 통칭하는 전자만화는 4830억엔 수준으로 매년 꾸준히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업계 1위이지만 아직 점유율로 따지면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독자들이 더 즐겁고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식 추천 시스템도 이 중 하나다. 본인의 취향을 분석해 인공지능(AI)으로 만화를 추천해주는 방식도 있지만,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추천한 웹툰을 골라가며 볼 수도 있다. 물론 시간을 들여 웹툰 추천을 하는 사람에게는 매주 별도의 시상을 하기도 한다.

또 앱 내에서 다양한 소스로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UX도 개편했다. 예를 들어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경우 웹툰을 보다가 클릭 한 번으로 소설로 넘어갈 수 있다. 또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에서 서비스하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연결된다.

넷플릭스 등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단축키는 이들로부터 비용을 받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이용자의 편리를 위해 카카오픽코마가 UX를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일본 웹툰 시장은 카카오를 포함해 4강 체제가 정착되고 있다”며 “웹툰에 국한하지 않고 애니메이션과 영상 등으로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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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픽코마 앱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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