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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팔레스타인은 우리의 형제”는 옛말? 반이스라엘 시위 탄압하는 아랍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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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요르단 등 시위 참가자 대거 체포

“정부에 부메랑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이스라엘과의 협력 통해 얻는 이익도 영향

경향신문

요르단 시민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수도 암만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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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과의 ‘형제애’를 강조해왔던 아랍권에선 오히려 정부가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가 자칫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슬픔은 아랍 전역에서 시위를 불러일으켰다”며 “그러나 아랍 지도자들은 시위를 진압했고,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시민들의 분노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이후 각종 팔레스타인 지지 관제 시위를 조직했지만,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는 구호가 나오자 시위대 일부를 체포했다. 현재까지 50명 이상이 감옥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대거 유입된 요르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요르단 정부는 지난해 10월7일 이후 지금까지 최소 1500명의 시위 참가자를 붙잡았다. 특히 지난달 수도 암만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에선 무려 500명을 한꺼번에 체포해 논란이 됐다. 당시 파이살 알파예즈 요르단 상원의장은 “시위 현장이 불화의 공간으로 변질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은 모로코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스라엘과의 화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수십 명이 기소됐고, 언론 탄압으로 악명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의견을 개진하는 행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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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 의회에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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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국가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4차례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팔레스타인은 우리의 형제”라는 구호 아래 단합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중재로 UAE 등 아랍 주요국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서며 분위기가 달라졌고,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반정부 시위 성격을 띠자 각국 정부가 이를 탄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집트 인권변호사 나베 가다니는 NYT에 “오늘 그들은 팔레스타인을 위해 항의하러 나섰다”며 “내일은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 항의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 마히에노르 엘메스리는 정부 강경 대응에 대해 “자유나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작은 꿈조차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 사회학자인 마리암 알하즈리는 “만약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대표를 선출하거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면 (일부 아랍 국가가) 이스라엘과의 정상화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얻는 이익이 상당한 탓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막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집트는 이스라엘 도움을 받아 시나이반도 북부에서 활동하는 무장세력을 격퇴했고, 하마스의 팽창을 막았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사우디 등에선 국내 반정부 인사들을 감시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정보력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돼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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