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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서울대·세브란스 교수들 '개별 휴진'…대란 없어도 환자는 불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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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참여 열기 높지 않아…서울대 휴진 교수들은 심포지엄 열어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 "상당수 참여"…환자들에 '호소문' 붙이기도

고려대 3개 병원 대부분 정상 진료…고대구로병원은 원장이 진료 설득

3일에는 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교수들 휴진

연합뉴스

진료실 앞에 붙은 휴진 및 진료 안내문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빅5'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한 진료실 앞에 이날 휴진 이유를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2024.4.30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이 일반 환자의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30일 의료 현장은 큰 혼란 없이 운영되고 있다.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진한 경우가 있지만, 휴진 참여 규모는 전반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했던 '대란'은 없는 모습이다.

당장의 업무 공백이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으나, 환자들은 이미 진료와 수술이 대폭 줄어든 상태에서 '주 1회 휴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진료가 취소되지 않아 이날 정상적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와 보호자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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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병원엔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서울대병원 큰 차질 없어…분당서울대병원 "평소보다 환자 줄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일부 교수들의 휴진 속에서도 외래 진료와 수술 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일괄적인 휴진이 아니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어서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처럼 진료하시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총회를 열고 이날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환자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결정했다.

일주일 앞둔 시점에 휴진이 결정되면서 예정된 수술이나 진료 일정을 조정하기가 어렵다는 교수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휴진에 참여하지 않았고, 휴진 참여 교수들은 이미 진료와 수술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등이 진료를 중단하면서 평소보다 환자가 줄었다.

방 위원장과 배우경 비대위 언론대응팀장 등 비대위 수뇌부 4명은 모두 분당서울대병원 소속이다. 이들은 휴진뿐 아니라 내달 1일자로 사직하기로 하고, 병원에도 진료 중단 의사를 밝힌 상태다. 병원은 아직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진 않았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휴진 규모를 병원에서 확인하진 못했으나, 평소보다 환자가 줄어 한가한 느낌이긴 하다"며 "그래도 병원 전반을 봤을 때는 돌아가기는 했다"고 전했다.

방 위원장 등 비대위는 이날 진료 대신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열고 다른 교수, 전공의 등과 함께 의료개혁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휴진이 교수들의 개별적이고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구체적인 참여율을 취합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이날 예약된 진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한목소리로 불안을 호소했다. 이번에는 예정대로 진료받을 수 있었지만, 다음에는 치료가 밀리거나 중단될까 봐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심장 수술을 한 모친의 보호자 자격으로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모(53) 씨는 "내달 3일에도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휴진하면 어쩌나 하며 걱정이 든다"며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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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없는 의정갈등, 깊어지는 환자들의 시름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세브란스병원 "휴진 많지는 않아"…비대위 측 "상당수 참여한 것으로 보여"

세브란스병원도 대부분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일부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진료에 큰 혼란을 빚을 만큼은 아니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이번 휴진은 병원과 별개로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해 진행한 터라 환자들의 일정을 조정하는 전화 역시 간호사가 하지 않고, 의사들이 직접 했다.

평소라면 교수들의 휴진으로 인한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 조정은 병원 내 예약센터나 담당 간호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직접 환자와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데, 시간이 급박하다 보니 많이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휴진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과 달리 비대위는 적잖은 교수들이 휴진하고 이미 진료를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연합뉴스에 "비대위가 휴진 참여율을 파악하고 있진 않지만, 생각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휴진하는 교수 중에서도 중환자는 보거나, 지방에서 온 환자는 돌려보낼 수 없으니 그냥 보는 경우도 있고 상황은 다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 역시 이날 휴진하고 진료실 앞에 '휴진 안내문'과 비대위에서 마련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각각 붙였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호소문에서 "지금 의사들이 이렇게 강하게 의견을 표하는 이유는 환자와 그 가족의 치유와 평안을 위함"이라며 "저희는 언론 보도와 달리 바른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지금의 혼란은 저희가 환자의 곁을 더 오래 지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황의 핵심에는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무시하는 정부의 태도가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의 높은 바른 목소리로 의견을 표명해 정부를 움직여달라"고 호소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원내에서 동료 교수들과 함께 피켓 시위도 했다. 피켓에는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담보하고, 교수의 진료 역량 및 건강 유지를 위해 이날 휴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전공의와 학생이 무사히 복귀하는 게 목표"라며 "정부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전공의와 학생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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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이유 밝히며 피케팅 하는 의대 교수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고려대의료원도 참여율 미미…3일에는 서울아산·서울성모 교수들 휴진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병원·구로병원·안산병원도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의 숫자가 많지 않아 외래 진료와 수술에 큰 차질이 없는 모습이다.

고려대구로병원은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라는 병원장의 설득에 따라 휴진 없이 진료를 소화 중이다.

고려대구로병원 관계자는 "병원장이 임상 교수들에게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라며 정상 진료하자고 설득했고, 교수들도 이에 수긍했다"며 "휴진 없이 외래진료까지 정상적으로 소화 중"이라고 전했다.

오는 3일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휴진한다.

각 병원은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 게 아니라 교수들의 개별적 휴진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수들의 휴진으로 진료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불만도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 진료를 일주일 앞두고 일정을 바꾸면서 간호사 등이 환자들의 항의와 민원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가 많지 않다고 해도 일주일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일부 교수들의 진료를 조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 아니겠느냐"며 "환자에 전화를 돌리는 직원들이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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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세브란스병원·고려대병원 오늘 외래·수술 중단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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