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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휴진 첫날 대란 없었지만…“수술 취소될라” 환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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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병원 주1회 휴진 시작
환자들 “수술 늦어질까 걱정”

대학별 대입전형 계획 제출
국립 6개 대학 50%로 줄여


매일경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일부 교수가 휴진한 30일 서울대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연 긴급 심포지엄에 교수들과 전공의들이 참석해 있다. [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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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병원에서 진료 ‘중추’를 맡고 있는 의대 교수들 중 일부가 주 1회 휴진를 시작했다. 아직까지 전체 의대 교수 중 휴진에 참여한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 의대 교수진들의 진료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탓에 환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등에서 의대 교수들의 ‘주1회 휴진’이 제한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 찾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암병동에서는 진료가 대체로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모든 교수가 휴진에 동참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후두암 외래 진료를 위해 수원에서 왔다는 박 모씨는 “평소 진료를 받던 교수님에게 진료를 받았고 진료실 앞에도 환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과목에서는 외래 진료 대기 시간이 한 시간 넘게 늘어났다. 폐암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김 모씨(62)는 “오전 10시 예약이지만 11시가 넘도록 진료를 못 받고 있다”며 “오늘 폐암 진단을 받는 날인데 의사들의 공백 상황이 지속되니 제 때 수술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세브란스병원 앞에서는 의대 교수 7인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나선 김창훈 세브란스 이비인후과 교수는 “암병동은 급한 환자들이 많아 외래 진료를 계속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진료를 조절할 수 있는 과들은 외래 진료도 많이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과대 비대위원장은 “지난주 화요일과 비교해 이날 수술 건수가 45% 줄었다”며 “매주 1회 휴진한다고 했으나 아직 다음 휴진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의대 교수들의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병원 역시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주일 전에야 휴진이 결정됨에 따라 교수들이 예정된 수술이나 진료 일정을 미루지 못해 실제 휴진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일괄 휴진이 아니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휴진이 이뤄져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고려대구로병원의 경우에는 “환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라는 병원장의 설득에 따라 휴진 없이 정상 진료가 이뤄졌다.

다만 이같은 의대 교수들의 휴진 참여 행진이 점차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 문제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이 내달 3일부터 주1회 휴진을 예고하는 등 향후 주요 대형병원들의 휴진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돼 안심하기는 이르다. 특히 1일부터 대한의사협회가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 회장 체제로 전환된다는 점은 의정 갈등의 최대 우려 요소로 꼽힌다. 의협은 42대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와 언제든 일대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및 의대생을 포함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이날 밝혔다.

의사들의 휴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정원 윤곽이 드러났다.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대학들은 이날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했다. 대교협이 5월 중 심의·의결을 마치고 대학들이 모집 요강을 발표하면 정원이 확정되는 까닭에 의사들과 대학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제출기한은 4월 말까지지만 5월까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빠른 제출을 독려하고 있는 상태다. 전날까지 총 40개 의대 중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지 않은 서울 소재 대학 8곳(서울대·연세대·고려대·경희대·한양대·가톨릭대·중앙대·이대)과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학을 제외한 31곳 중 증원 숫자를 정한 곳은 19곳이었다.

의대 증원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지방 국립대들은 증원분의 50%만 우선 반영키로 했다. 지난 18일 국립대 6곳(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이 학교별 여건과 의사 반발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증원분을 감축하자고 건의한 뒤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은 151명 증원분을 받았던 충북대가 76명, 경북대도 90명 중 45명만 추가로 선발한다. 이외에도 경상국립대는 증원분 124명 중 62명, 제주대도 60명 중 30명, 전북대도 58명 중 29명만 뽑는다. 지방의 9개 국립대가 모두 증원 50%만 뽑게 되면 806명의 증원이 403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증원이 적었던 사립대들은 대학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증원분을 그대로 뽑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울산대의 경우 80명인 증원분에서 75%인 60명 증원으로 규모를 줄였고, 성균관대 역시 당초 80명에서 75명 안팎으로만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고심 중이다. 이밖에 대부분의 사립대는 증원분을 모두 유지하기로 했다. 연세대 미래캠퍼스(7명), 인제대(7명), 고신대(24명), 한림대(24명), 조선대(25명) 등 애초에 증원수가 적었던 대학들은 물론 가천대(90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60명), 을지대(60명), 인하대(71명) 등 대학들도 100%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감안한 전체 의대 입학 증원 규모는 약 1570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별 대입 시행계획 제출이 끝난 뒤 대교협이 이를 심의·의결하면 대학들은 5월 말 ‘신입생 모집요강’에 변경된 정원을 최종 반영한다. 이후에는 정원을 변동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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