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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HUG,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시행 기금·인력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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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매매 대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선(先) 구제’ 방식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1000억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택선 HUG 준법지원처 처장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에서 “현재 주택도시기금 수입현황을 보면 청약은 민간 대비 낮은 금리로 순조성(총 사용금액)이 감소하고 있다”며 “국민주택채권 역시 주택시장 거래 위축에 따라 지난해부터 순조성이 마이너스(-) 전환했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구제 후회수를 위한 공정한 가치 평가 ▲채권 매입 절차 ▲소요 재원 적절성에 대한 논의를 위해 HUG에서 마련했다.

김 처장은 “현재 개정안은 공정한 가치평가라는 추상적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며 “채권매입기관이 공정한 기차평가를 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매매대금 평가시점, 지급시기, 회수방식 등 채권 매수 및 회수 방식의 차이에 따른 평가 기준도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해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핵심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매 대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한 뒤, 나중에 해당 주택을 매각해 투입비용을 회수하자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매입을 신청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채권매입기관이 이를 매입하고, 우선매수권‧우선변제권 등을 양도‧승계받는다. 이후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매각한 뒤 배당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다.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세사기 피해자로 임차인에 외국인을 포함하고, 임차보증금 한도를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경매 유예 및 지원서비스를 확대 적용하고, 신탁전세사기의 경우 주택인도소송을 유예하거나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특별법 개정을 위해 필요한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1년 49조원에서 2022년 28조7000억원, 지난해 18조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3월 기준 13조9000억원까지 감소했다.

시중 대비 낮은 금리와 저출산 대응 등 정책적 요구가 맞물리면서 수요자 대출 증가로 기금 총 지출이 계속 늘고 있다. 즉 주택시장 위축으로 수입은 감소한 반면, 수요자 대출 등 지출이 커지면서 여유 자금은 줄어든 것이다.

청약 통장 등으로 조성한 주택도시기금을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소모성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장은 “특별법 개정안에는 주택도시기금으로 채권매입비용을 충당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주택채권 등으로 조성한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며 “2022년부터 순조성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에서 이 기금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주는 것이 맞는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 매입 비용 이외에도 HUG에서 특별법 개정안 시행을 위해 필요한 운영 비용도 최소 1000억원 이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우석 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팀장은 “현재 HUG가 이미 보증 발급분에 대한 보증 이행을 하면서 적자를 보고 있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실제 임대보증금 채권 매입에 들어가는 비용뿐 아니라 HUG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출이 예상되는 비용은 1000억~3000억원인데 재정 지원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선순위 채권 할인 매입으로 전세사기와 관련이 없는 제3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 처장은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선순위 채권의 할인 매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이익을 임차보증반환채권의 평가금액에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선순위 채권을 할인 매수하면서 전세사기와 무관한 제3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20년 넘게 보이스피싱으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만 강화된 보호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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