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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검찰과 법무부

'검찰총장 뇌물' 예고 뒤 돌연 취소…장인수 전 MBC 기자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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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던 장인수 전 MBC 기자가 30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원석 검찰총장 뇌물수수 의혹을 방송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대검찰청이 “허위 조작된 자료를 토대로 허위의 동영상을 게시할 경우 모든 법률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다. 장 전 기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취소 이유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죄송하다. 보도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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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가 30일 낮 12시쯤 올린 장인수 전 MBC 기자의 보도 예고 영상. 이후 대검찰청이 의혹 계좌거래내역 원본을 포함한 반박문을 내자 삭제한 상태다.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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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자료’ 설명해도 강행”…이례적 강경 대응 나선 檢



장 전 기자는 이날 낮 12시쯤 개인 유튜브 채널인 저널리스트와 친야 성향 서울의소리에 ‘[단독특종] 검사의 나라 “돈” 검찰총장 뇌물 수수 의혹’의 제목의 보도를 오후 9시에 하겠다는 예고 동영상을 올렸다.

54초 분량의 예고 영상을 보면 장 전 기자가 누군가로부터 제보 전화를 받곤 “검찰총장이 돈을 받았다”며 취재하러 떠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아래 설명에는 “이원석 총장 아내 계좌로 받은 거액의 현금”, “이원석 총장, 2016년 금융범죄 피의자로부터 거액 수수 확인” 등의 글이 달렸다. 마치 이 총장이 피의자로부터 뇌물성 거액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검찰청이 4시간 뒤 이 총장 부인의 은행 2곳의 실제 계좌거래내역을 포함한 7페이지 분량 반박문을 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대검은 서울의소리와 장 전 기자가 보도의 근거로 삼은 자료를 공개하며 “출처 불명의 조작된 허위 자료”라고 못 박았다. 장 전 기자의 취재 과정에 대해서도 “여러 번에 걸친 총장의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며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까지 모두 공개했다.

대검 입장이 나오자 서울의소리와 장 전 기자는 예고 동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직후 장 전 기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후에도 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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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 소속 장인수 전 MBC 기자가 30일 낮 12시쯤 올린 예고 영상. 이후 대검 반박문이 나오자 삭제된 상태다.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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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에 따르면 장 전 기자가 주장한 의혹은 ▶2016년 3월 25일 정모(박모 변호사 배우자)씨가 신한은행 계좌에서 오모(이 총장 배우자)씨의 SC은행 계좌로 3000만원 송금 ▶2016년 4월 15일 정씨의 위 신한은행 계좌에서 오씨의 우리은행 계좌로 1100만원 송금 ▶당시 박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수사를 받는 피의자였으므로 위 돈은 직무상 대가인 뇌물로 보인다는 취지라고 한다.

박 변호사는 앞서 시세조종 혐의로 2016년 검찰 수사를 받다가 구속기소됐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 등이 연루된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들의 의혹 제기 자료가 조작임을 밝히기 위해 오씨의 SC은행·우리은행 계좌 원본 사진도 공개했다. 두 계좌 모두 박 변호사를 포함해 누구와도 거액을 거래한 기록이 없었다. SC은행 잔액은 2016년 이래 줄곧 1177원, 우리은행 계좌는 2007년 이래 5000~7000원 선에 머무는 사실상 미사용 계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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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30일 공개한 이원석 검찰총장 아내 오모씨의 계좌 거래 내역. 사진 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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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30일 공개한 이원석 검찰총장 아내 오모씨의 계좌 거래 내역. 사진 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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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1월부터 일간지 ○○○신문과 유튜브 매체 ○○타파 역시 같은 허위 자료를 토대로 취재 요청을 해왔다가 계좌 원본을 본 뒤 취재를 접은 사실이 있다”고도 공개했다. 특정 매체 보도를 반박하며, 타 매체 취재 상황까지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신문은 총장 배우자의 계좌거래내역 원본을 열람한 다음 위 설명에 수긍한 후 ‘오해가 풀렸다’면서 취재를 중단하였다”, “○○타파도 보도하지 않았다”며 장 전 기자에게도 이를 알렸다고 밝혔다. 대검 대변인이 지난 26일 장 전 기자에게 “다른 언론사는 실제 금융거래내역을 확인한 후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보낸 메시지가 첨부됐다.



대검 입장 20분 만에 영상 삭제…장인수 “심려 끼쳐 죄송”



대검 입장이 공개된 지 20여분 만에 서울의소리와 장 전 기자는 예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후 장 전 기자는 개인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에도 “오늘 예고한 방송은 취소됐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하겠다. 많은 분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장 전 기자는 MBC 기자였던 2020년 이동재 전 채널A기자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던 기자 중 한명이다. 2022년 1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건희 여사가 통화한 녹취록을 MBC 스트레이트에서 방송했다. 지난해 MBC를 퇴사한 뒤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몰카를 통해 이른바 디올백 사건을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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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 소속 장인수 전 MBC 기자가 이원석 검찰총장 뇌물 수수 의혹을 예고했다가 삭제하고 올린 게시글.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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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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