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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시위와 파업

[글로벌 현장을 가다/문병기]전 세계로 번진 美대학 反戰시위… 오바마 정부 250명 “이 지원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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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 反戰 중심에 선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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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조지워싱턴대에서 학생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 가자 전쟁 즉각 휴전 등을 촉구하며 텐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꽂았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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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습니다.” 4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도심의 조지워싱턴대. 이 대학 광장인 유니버시티야드에서 백악관으로 이어지는 도로 ‘H스트리트’에는 100여 동의 텐트가 설치돼 있었다. 곳곳에서 녹색, 빨간색, 검은색으로 이뤄진 팔레스타인 국기가 나부꼈다. ‘집단학살을 멈춰라(Stop Genocide)’, ‘팔레스타인 해방(Free Palestine)’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도 보였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피해를 유발하는 이스라엘과 이런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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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게 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신이 한 일”이라고 쓴 문구.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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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워싱턴대에서는 같은 달 25일부터 워싱턴은 물론이고 인근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의 주요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이 주축을 이룬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 모임(SJP)’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첫날 15동 수준에 불과했던 텐트는 불과 닷새 만에 7배 가까이 불어났다.

정학-체포 속출하는 美대학가

4월이지만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덮친 이날 100여 명의 학생이 텐트와 교실을 오가며 이 시위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흔들리지 않겠다”며 시위 지속을 다짐했다. 특히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전날 시위대가 임의로 철거하면서 일각에서는 양측 충돌에 따른 유혈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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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시위에 참여한 조지워싱턴대 2학년생이자 무슬림인 미리암 림 씨는 “대학이 시위에 참여한 학생 7명에게 정학 징계를 내렸다”며 자신도 체포되거나 징계를 받을까 봐 두렵다고 했다. 하지만 림 씨는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져 눈앞에서 가족이 죽는 것을 보는 가자지구의 형제자매들이 겪고 있는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다섯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충족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정부와 대학, 기업 측에 요구하는 사항은 △학내 친팔레스타인 발언 보호 △학내 친팔레스타인 학생 조직에 대한 징계 취소 △이스라엘에 기술과 무기를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중단 △대학의 기부금 및 투자금 유치 내역 공개 △이스라엘과의 모든 파트너십 중단 등이다.

림 씨는 미 주요 대학에 활발히 기부해 온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이 이스라엘도 지원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대학의 자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거론한 사업은 구글과 아마존이 2021년 이스라엘 정부와 맺은 클라우드 컴퓨터 계약 ‘프로젝트 님부스’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구글 내에서도 이 계약에 항의해 농성을 벌인 직원 50여 명이 해고됐다.

대학가 반전 시위의 진원이 된 뉴욕 컬럼비아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대학은 4월 29일 오후 2시까지 자진 해산 명령을 거부한 학생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학생들은 30일 새벽 학교 내 ‘해밀턴홀’을 점거하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해밀턴홀’은 베트남 전쟁 때인 196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가 한창이던 1985년에 모두 이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대에 점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위대는 인스타그램에 “해밀턴홀 일대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동참하라”는 글을 올렸다. 코넬대 역시 시위 장소 이전을 거부하는 학생들에 대해 정학 조치를 취했다.

경찰에 체포된 학생 수도 늘고 있다. 버지니아공대에선 학생 54명을 포함해 시위대 91명이 체포됐다. CNN은 현재까지 미 16개주의 20개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佛-英 전 세계로 번지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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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시앙스포(파리정치대) 인근에서 한 학생이 대형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있다. 시앙스포, 소르본대 등 프랑스 주요 대학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공격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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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위의 불길은 미국을 넘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4월 29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 안팎에서는 많은 학생이 모여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는 캠퍼스 내 마당과 건물 내부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일부 경찰은 해산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등에 멘 가방을 붙잡고 학생들을 질질 끌고 나갔다. 이를 지켜본 다른 학생들은 경찰의 무력 진압에 야유를 퍼부으며 항의했다.

학생과 경찰의 대치가 격화되자 소르본대는 이날 오후 학교 건물을 폐쇄했다. 일부 예정된 시험도 취소했다. 하지만 캠퍼스 밖에 모인 학생 150여 명은 “이스라엘은 살인자, 소르본대는 공범”이라고 외쳤다. 인근 시앙스포(파리정치대)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의 발레리 페크레스 도지사는 시앙스포 파리 캠퍼스에 대한 지원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우파 공화당 소속인 그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학교의 평온과 안전이 회복될 때까지 시앙스포에 대한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맥길대, 토론토대, 온타리오대는 물론이고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등에서도 비슷한 반전(反戰)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맥길대 학생 조직에 참여한 루스 씨는 4월 28일 토론토시티뉴스에 “전 세계의 모든 시선이 팔레스타인에 쏠리도록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美대선 변수로 부상, 바이든에 위협

이번 시위의 시발점으로 지난해 12월 미 하원 청문회가 꼽힌다. 당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등은 ‘학내 반(反)유대주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모호한 답변을 내놔 유대계 큰손 기부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후 두 사람이 모두 사퇴하자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교가 자본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반발했다.

이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미노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4월 17일 하원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가 학교에 발붙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발한 학생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제 시위는 11월 미 대선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도록 만든 베트남전 반대 시위처럼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생명을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학생들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반유대주의 발언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야당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시위대 진압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는 물론이고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대계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노리고 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현직 관료 250여 명이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라. 이런 전쟁을 재정적,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서한을 보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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