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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태평로] 조국·윤미향에 대한 대법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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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 실형, 당선무효형 사건 대법원 선고 지연되는 경우 많아

한명숙 2년, 최강욱 1년 3개월 걸려… 선고 빨리 해야 제때 정의 실현

조선일보

조국 조국신당대표, 한명숙 전 총리, 윤미향 의원(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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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에서 원내 제3 정당까지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법원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대표 재판은 1심만 3년 2개월, 2심은 1년이 걸렸다. 1심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 출신 부장판사가 돌연 휴직을 하는 등 재판을 지연하지 않았다면, 2심 재판부가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하면서 조 대표를 법정 구속했다면 총선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법원이 정치적 결과까지 예상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 대표는 그 상황을 자기 정치에 백분 활용해 결국 ‘성공’했다. 재판 결과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총선 전 유튜브 채널에 나와 형(刑)이 확정되면 “푸시업 하고 스쿼트 하고 플랭크 하면서 건강 관리 해서 나오겠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 구속을 안 했을 뿐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며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는데, 그는 수감돼도 ‘반성’ 대신 ‘건강 관리’ 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상 법원 판결에 대한 조롱이나 마찬가지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정리할 책임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조 대표의 형량은 당선무효에 해당한다. 그 취지를 살리려면 선고를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 그런데 조 대표와 같은 ‘불구속 실형’ 사건에 대한 상고심 판단이 대체로 빨리 나오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치인 사건은 특히 더 그렇다.

불법 정치 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 역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안 됐는데, 그 형량을 그대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2심 선고 후 거의 2년이 지나서 나왔다. 피고인이 구속된 사건은 1심 6개월, 2심 8개월, 3심 8개월 등으로 구속 기간 제한이 있어 대부분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한다. 그런데 불구속 실형 사건엔 그런 제한이 없어 선고가 늦어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불구속 실형의 취지가 그 상태로 몇 년씩 놔두자는 것은 분명 아니다. 제때 정의를 실현하려면 적어도 구속 사건에 준해 최대한 신속하게 선고해야 한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피고인 입장에서도 신속하게 확정 판결이 나와야 언제 실형이 집행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사건이 무죄라고 해도 다를 게 없다.

실형은 아니지만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사건도 마찬가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의 경우 작년 9월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선무효형인데 판결이 늦어지면서 4년 임기를 다 채울 판이다. 조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도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 3개월이 걸렸다. 단순한 사건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그는 4년 임기 중 3년 4개월을 채웠다. 이것을 정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이 조 대표 사건에서 반복돼선 안 된다. 일각에선 오는 8월 대법관 3명이 퇴임하는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후임 대법관 임명엔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거대 야당 눈치 보느라 조국·윤미향 두 사람에 대한 선고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닐 거라고 믿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법원은 최고 사법기관이란 간판을 내려야 한다.

[최원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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