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점대상 받은 황보름 작가
황보름 작가가 본지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에서 출간된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소개했다. 왼쪽부터 한국어·브라질어·일어·영문판 순.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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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황보름(44)은 대기업을 관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맨땅에 헤딩’해 십여 년 만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기까지 “운과 우연이 작용했다”고 한다. ‘취업이 잘된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7년간 일했다. 하지만 입사 2개월 차부터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힘들게 하며 버티는 삶이었어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아무 계획 없이 일을 그만뒀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독자’는 서른이 돼서야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출판계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한 권 다 쓰고 투고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렇게 쓴 책 ‘서른 이후 일곱가지 생각’(가제)은 출판사 20여 곳에 투고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일은 무엇인가…. 이런 내용이었는데 친한 동생이 말하더군요. ‘누나, 이거 무슨 스님이 쓴 글 같아….’”
2017년 독서 에세이 ‘매일 읽겠습니다’(어떤책)를 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래서 ‘소설이나 써보자’ 하고 3개월 만에 쓴 것이 ‘휴남동’이다. “등단 작가도 아니어서 소설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고이 하드 드라이브에 묻어뒀지요.” 대신 2019년부터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휴남동’을 나눠 올렸다. 2020년 브런치와 밀리의서재가 공동으로 전자책 프로젝트 공모전을 열었다. 브런치에 올려둔 ‘휴남동’을 클릭 한 번으로 출품했다. 그리고 이른바 ‘대박’이 터졌다. “출간 초반에는 쇄를 찍는 속도가 책이 팔리는 속도를 못 따라갈 정도였어요.”
저자가 생각하는 흥행 비결은 뭘까. 황보름은 “책 속의 등장인물을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나를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흔한 등장인물, 흔한 고민, 흔한 생각이 오히려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매 장 교훈을 주는 느낌이 코리안 탈무드 같다’는 기자의 평에는 “글이나 문장을 읽고 깨달음이나 통찰을 얻는 걸 좋아한다. 책을 읽으면 뭐라도 하나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소설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고 했다.
‘힐링 소설’이라는 분류에 대해서는 “복잡한 마음”이라고 했다. “쉬운 위로의 말만 가득한 소설이라는 선입관을 가질까봐… 그런데 외국에서는 이런 소설을 ‘필 굿(Feel good) 소설’이라고 부른대요. 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이라고요. 독자들이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뭐라 부르든 상관 없어요.” 해외 팬들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감을 전해온다. Cozy(아늑한), Heartwarming(마음이 따듯해지는) 등. 어쩌면 황보름표 ‘K힐링 소설’의 저력은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지독한 익숙함에서 비롯한 편안함이 아닐까.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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