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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신생아 특공’ 경쟁률, 일반 아파트 청약의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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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비싼 수도권서 효과 커

조선일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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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시험관 시술 건수가 늘고 있다.” “신생아 특공 영향인 것 같다.”

올 초부터 의료계에선 이런 얘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 실제 국내 대표적인 난임 치료 기관으로 꼽히는 차병원과 마리아병원에서도 정부가 신생아 특공(특별공급) 도입 발표 직후인 올해 초, 시험관 아기 시술 건수가 작년보다 30%가량 급증했다. 차병원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도 분당·일산, 대구 등 전국 6개 차병원 난임센터에서 공통적으로 시술 건수가 비슷하게 늘었다”고 했다. 분당제일여성병원도 작년 1~3월 평균 시험관 시술 건수는 198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255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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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공 제도가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의향이 강한 부부들에게까진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 집 마련 부담으로 아이를 가질까 말까 고민하던 부부들에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 B(37)씨 부부는 둘째를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다. 비싼 집값이 가장 걸렸다고 한다. B씨 부부는 작년 2월 차병원 난임센터를 찾았다. 그는 “신생아 특공 소식을 듣고 둘째 계획을 더 미루지 않기로 했다”며 “아직 임신이 되진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꼭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30대 C씨 부부도 아이를 가지기로 했다. C씨는 “사는 곳 주변에 재개발 준비 중인 아파트가 있는데, 2027년쯤 입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남편이 최근 입주 시기에 맞춰 임신을 한 뒤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아 이 아파트에 입주하자고 해서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둘 중 한 명이라도 (임신을 하는 데) 문제가 있으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에 주택 구입·전세 자금을 최저 1%대 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해 주는 제도다.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신생아 특공과 함께 작년 11월 발표했다. 올 1월 시행됐다. 신생아 특례 대출의 금리는 현재 시중 금리(4~5%대)의 절반 미만이다. 올 초 신생아 특례 대출 첫 신청 땐 접속자 폭주로 인터넷 홈페이지가 한동안 먹통이 되기도 했다. 지난 29일까지 이 대출 신청 건수는 2만1427건이었고, 신청 금액은 5조3035억원에 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은 집값과 전세가가 비싸기 때문에 신생아 특공과 대출 제도의 효과가 큰 것 같다”며 “상황이 비슷한 일부 지방 주요 대도시에서도 신생아 특공이 효력을 발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 신생아 특공은 젊은 부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달 23일 신생아 특공을 진행한 경기도 성남시 ‘성남신촌 A2블록(엘리프 성남 신촌)’은 11가구 모집에 총 679명이 접수돼 6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04가구 모집에 2819명이 몰린 일반청약(27.1대1)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했다. 이 단지는 서울 강남구와 인접해 서울로 출퇴근하려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청약 전부터 화제가 됐다. 전용 59㎡ 분양가가 7억원 안팎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김영미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이를 낳을 계획은 있는데 주저하던 부부들에게 낮은 금리로 주택 자금을 대출할 수 있는 제도가 큰 메리트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집은 곧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데, 괜찮은 집을 사려면 평생 벌어도 어렵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신생아 특공·대출은 부부들에게 큰 인센티브가 된 것”이라고 했다.

☞신생아 특별공급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부도 다자녀 가구나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자처럼 아파트 청약 때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 3월 신생아 특별공급이 신설됐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으로 2세 이하 자녀가 있고,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가구는 일반 청약 수요자와 경쟁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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