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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방구석 주토피아] ‘배 곯다 겨울잠’ 日야생곰 배고파 일찍 깨 사람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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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달 28일 일본 홋카이도 한 도로에 출몰한 야생곰/교도통신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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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일본 북부 이와테현 기타카미시 주택가 인근 숲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던 남성이 돌연 출몰한 야생곰에게 안면을 찢겨 중상을 입었다. 홋카이도 네무로시에선 최근 도로를 주행하던 트럭과 불곰 한 마리가 충돌했다. 지난해 곰에 의한 인명 피해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일본에서 다시 곰의 사람 습격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들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사람과 마주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도쿄 당국엔 올 들어 지난달 21일까지 야생곰 출몰 신고가 17건 접수됐다.

문제는 곰의 출몰 시점이 갈수록 빨라진다는 점이다. 니혼테레비는 “곰의 동면은 통상 5월 초까지 지속되지만 올해는 1~2주씩 빨리 깨어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는다. 지난해 주식(主食)인 도토리 등 열매가 이상기후로 흉작을 맞으면서 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겨울잠에 든 야생곰 상당수가 굶주림을 버티지 못하고 일찍 눈을 떠 민가 인근을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공복 상태로 깬 곰들은 먹이 집착이 심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219명의 사상자(6명 사망)가 발생했다. 일본에는 두 종류의 곰이 있는데 덩치가 크고 사납고 육식을 즐기는 불곰은 홋카이도 등 북부 지역에 서식하고, 덩치가 작고 초식 비중이 높은 반달가슴곰은 남부 지역까지 폭넓게 퍼져 있다. 지난해 곰의 사람 습격 사례의 다수가 반달가슴곰이었다.

일본 지역 당국들은 “올해의 경우 일본 황금연휴인 골든위크(지난달 27일부터 최장 열흘간 이어지는 황금연휴)와 곰 출몰 시기가 겹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앞다퉈 경고했다. 곰의 후각은 들개보다 7배쯤 더 예민한데, 행락철을 맞은 관광객들이 고기를 굽거나 도시락을 먹다가 습격을 당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곰 퇴치 방안으로 최첨단 기술인 인공지능(AI)까지 동원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정부가 야생곰 인명 피해를 줄이려 AI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조만간 실증 사업에 돌입한다고 보도했다.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CCTV 영상에서 곰 출몰이 감지되면 경찰·소방서·수렵단체에 알려 즉시 출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일본 환경성은 지난달 16일 야생곰 포획에 나서는 지방 도시에 최대 500만엔(약 4400만원)의 교부금을 지급한다고도 발표했다. 현재 일본에선 민가에 곰이 출몰해도 경찰 허가를 받아야 총을 쏠 수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 규정도 손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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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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