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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일사일언] ‘숏폼’으로 연결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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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복 차림 남자들이 진지한 말에 매우 우스꽝스러운 춤과 몸짓을 보여주는 ‘못 말리는 아가씨’란 제목의 영상이 최근 유행이다. 이른바 ‘숏폼(짧은 영상) 챌린지’. 유튜버 과나, ‘다나카’로 유명한 개그맨 김경욱, 크리에이터 닛몰캐쉬 등이 합작한 ‘잘 자요 아가씨’ 챌린지 영상 등이 있다.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집사를 콘셉트로 하여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율동을 선보인다. 재밌게 볼 만한 영상이다.

여기에 최근 한 일본인 크리에이터까지 참여했다. 우연히 본 댓글 창에서 시청자들은 ‘일본 집사를 흉내 내는 한국인을 따라 하는 일본 집사’라며 즐거워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이른바 ‘챌린지 영상’이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시청자와 크리에이터까지 연결된다니…. 새삼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호기심이 인다.

디지털 콘텐츠의 파급력은 숏폼에서 더 두드러진다. 일례로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라는 말과 함께 고양이가 한강 위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어느 방송의 보도는 이 부분만 딱 떼어내서 만드는 음원과 율동으로 다시 탄생했다. 가수 카리나가 이 말에 맞춰 고양이 같은 몸짓을 한 것을 비롯해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국어에 맞춰 귀여운 율동을 하면서 금세 챌린지가 됐다. 사소한 해프닝이 인종과 국가를 넘어 변주에 변주를 거듭한 것이다.

작년에는 공중 부양을 하는 듯한 발동작으로 춤추는 ’슬릭백 챌린지’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한 중학생이 올린 영상이 순식간에 조회 수 2억을 돌파하면서 해외에서도 따라 하기 열풍이 일었다. 이후 이 학생은 각종 방송과 시상식에 출연하기도 했다.

숏폼 화면 속에서 언어의 장벽과 국경은 쉽게 허물어진다. 인공지능 덕분에 자동 번역이 수월해졌고, 누구나 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창의력을 한껏 발휘해 영향력을 손쉽게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무대로 곧장 연결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길이 열리고 있다.

※5월 일사일언은 김지윤씨를 비롯해 권희진 2024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조규익 숭실대 명예교수·㈔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장,장준환 음악 웹진 ‘이즘’ 편집장,김지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선임 전문관이 번갈아 집필합니다.

[김지윤 디지털 에이전시 스텔러스 대표, '아이들의 화면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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