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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재테크 Lab] 종신보험은 연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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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한때 '종신보험을 들면 호구'란 말이 나돌았다. 비싸기만 한 데다 막상 쓸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최근 상담자 중에선 종신보험에 가입한 이들이 적지 않다. "종신보험은 나중에 연금처럼 쓸 수 있다"는 보험사의 말에 넘어간 결과였다. 그럼 이 말은 사실일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종신보험의 이면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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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인 부부에겐 서로 다른 마음이 공존한다. 하나는 '신혼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는 기분이고, 다른 하나는 '신혼일 때 바짝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때가 애정이 가장 돈독한 시기이자 자금을 비교적 편하게 마련할 수 있는 시기여서다. 아무래도 양육비가 들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상담을 진행 중인 이현우(가명·37)씨와 강수현(가명·33)씨는 둘 중 '목돈 마련'의 길을 택했다. 매월 170만원을 저축하고 있는데, 재테크를 위해 이 길을 고른 건 아니다. 아내 강씨는 난임 판정을 받은 상태여서 아이를 낳으려면 난임시술을 받아야 한다. 난임시술은 무척 비싸다. 1회 진료비만 300만원이 넘는다. 1회에 임신을 성공하는 경우도 드물어서 수차례 시술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부부가 저축하는 170만원은 난임시술에 모조리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라면 자녀 양육비는 물론 부부의 노후 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부부는 이 문제를 두고 필자와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지금까지의 상담 결과를 간단히 요약해보자. 둘 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부부는 남편이 360만원, 아내가 330만원을 벌어 매월 69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지출은 정기지출 452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0만원, 언급했듯 금융성 상품 170만원 등 682만원이다. 여유자금은 8만원이다. 현재까지 식비·생활비, 부부 용돈, 통신비 등 106만원을 줄여 여윳돈을 8만원에서 112만원으로 불린 상태다.

1편과 2편에서 말했듯 부부의 재무 목표는 난임 시술비 마련, 자녀 양육비 마련, 노후 준비 3가지다. 부부가 매월 저축하는 170만원은 난임 시술비로 쓰면 되지만, 양육비와 노후는 112만원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도 부부의 가계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지출을 줄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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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보험에 중복 항목이 너무 많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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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월 72만원씩 빠져나가는 부부의 보험료를 보자. 보험상담 앱 '시그널플래너'가 지난해 회원 4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대의 월평균 보험료는 1명당 27만8395원이었다. 2명분으로 계산하면 55만6790원이니, 부부는 평균치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는 셈이었다. 둘 다 일정 주기로 요금이 오르는 갱신형 암보험과 갱신형 진단 보험에 가입한 게 문제였다.

두 보험이 중복되는 항목이 많아 둘 중 하나는 해지하거나 보장 항목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다. 부부가 각각 가입한 종신보험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종신보험은 '노후연금'으로 보기엔 연금으로서의 단점이 너무 많아서다.

종신보험의 핵심은 피보험자가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령액이 많아 큰 사고를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큰 위험을 보장해 주는 대가로 보험사에 지불하는 '위험보험료'와 보험사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사업비'가 다른 보험보다 많다는 거다.

재테크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종신보험의 옵션 중엔 중간에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때 해약환급금을 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는데, 해약환급금엔 '이자'가 붙지 않는다. 그래서 원금을 불릴 수 있는 개인연금이나 연금보험보다 실수령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종신보험에 있는 연금 전환 기능을 '연금'으로 착각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부부는 보험을 과감히 손보는 데 동의했다. 일단 갱신형 보험은 비갱신형으로 바꾸고, 중복되는 항목을 최소화했다. 종신보험은 해지했다. 그 결과, 부부의 보험료를 72만원에서 39만원으로 33만원 줄었다.

이번엔 유류비를 보자. 자가용 2대를 운용하고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부부의 월 유류비는 75만원이다. 유류비 외 비용도 적지 않다. 비정기지출에 있는 자동차 관련 비용이 연 175만원에 달한다. 기름값은 물론이고 보험료부터 수리비·유지비까지 남들보다 곱절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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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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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용을 줄이려면 방법은 한가지뿐이다. 둘 중 한명이 자차 이용 횟수를 줄이는 거다. 부부의 출근거리와 교통편을 계산해 보니, 남편 쪽이 자차 없이 출근하는 게 더 수월했다.

남편은 "급한 경우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유류비는 75만원에서 45만원으로 30만원이 줄었다. 대신, 대중교통 이용비가 10만원 새로 추가됐다. 결과적으론 20만원 절감한 셈이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33만원(72만→39만원), 교통비·유류비 20만원(유류비 30만원 감소·대중교통 이용비 10만원 추가) 등 53만원을 절약했다. 부부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도 112만원에서 165만원으로 늘었다.

이제 부부의 목표만 잘 준비하면 된다. 월 여유자금 165만원이면 양육비와 노후 두 토끼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훗날 난임 치료가 성공하면 매월 170만원씩 여윳돈이 생기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관건은 이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다. 이 이야기는 마지막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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